옵티머스, 알고보니 계획된 '한탕'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박지환 기자, 구은모 기자, 김형민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처음부터 '한탕'을 위해 투자자와 판매사를 속이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투자제안서에서 약속한 자산 대신 위험자산에 임의로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봤을 뿐만 아니라 투자금의 최종 도착지가 어디인지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투자자와 판매사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됨에 따라 향후 책임소재를 둘러싼 법적 공방전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속이고 투자금 모집= 옵티머스운용은 애초부터 부동산과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펀드 자금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투자제안서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펀드 자금의 95%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기재했다. 목표수익률도 비교적 낮은 금리인 3~4.5%를 제시했다.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나가 계좌와 서류 등을 확인한 결과, 옵티머스가 실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실적은 전혀 없었다.투 대신 펀드 자금(5235억원ㆍ지난 1일 평가액 기준)의 98%를 사업 실체가 없는 비상장 업체의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씨피엔에스(2053억원), 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 라피크(402억원), 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 등인데 이들 모두 옵티머스운용 임원 등이 관리하는 업체들이다.
4개 업체는 사모사채의 발행사이자 옵티머스 펀드 자금을 각종 위험자산으로 넘기는 '경유지' 역할을 했다. 펀드 자금은 이들 4곳을 거쳐 총 60여개 투자처에 뿌려졌다. 부동산 개발이나 주식, 자금 대여 등의 명목이었으며, 금액은 약 3000억원에 달했다.
투자금 중 2000억원 이상은 사용처 소명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측이 제출한 내용에 근거한 수치라 투자금액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권리관계가 불투명한 자산이 다수라 회수 가능성도 작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옵티머스 측은 이러한 '깡통업체' 채권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온갖 서류를 위조ㆍ날조한 사실도 털어놓은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최근 2~3일간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등 경영진 4명을 기소하는 한편 옵티머스에 투자한 화장품 회사 고문 유모씨를 구속했다. 또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 변호사의 아내이자 전직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이모 변호사(36)를 소환조사했다.
◇투자자들 소송 움직임= 지난 21일 기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46개 펀드 판매 규모는 5151억원이며 이 중 2401억원이 환매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22개 펀드 또한 환매연기 펀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산으로 구성돼 만기 도래시 환매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현장검사가 있기 일부 직전 펀드 환매 중단이 발생했고 이후 다른 펀드들도 연달아 환매가 중단되고 있다. 전체 판매액 중 84%인 4327억원이 NH투자증권에서 판매됐다. 이어 하이투자증권 325억원, 한국투자증권 287억원, 케이프투자증권 148억원, 대신증권 45억원, 한화투자증권 19억원 순으로 팔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조건 없이 투자원금의 70%를 선지급하겠다고 결정했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금액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에 비해 펀드 가입자 수가 월등히 많고 판매규모가 큰 탓에 선지급 방안이 늦어지고 있다.
전액 보장을 원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분쟁조정 신청과 함께 소송 채비에 나서며 판매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달 초 27건에 불과했던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은 지난 17일 기준 69건으로 급증했다. 한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는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선지원 보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투자금을 100% 보장해 주지 않을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일부는 이미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을 대리중인 법무법인 오킴스 측은 "옵티머스와 NH투자증권, 하나은행, 예탁결제원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 절차를 진행중"이라며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개인투자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금투협 "준법감시 강화"= 사모펀드 사고 방지를 위해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과 자산운용사 의장단 등은 이날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당국 제도 개선 등에 적극 협조, 내부통제ㆍ준법감시 기능 강화, 불완전 판매 방지 노력, 자기혁신과 자정노력 지속 등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자산운용사 100개사가 동참 의사를 나타냈고, 추가로 동참하는 자산운용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투협은 업무매뉴얼 배포, 준법감시인 대상 교육, 내부통제 우수 사례 공유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이번 일을 사모펀드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 사모펀드 순기능을 극대화하도록 하겠다"며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거두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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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2015년 7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은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고, 등록요건도 자기자본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감축되는 등 설립요건이 사실상 유명무실해 졌다"며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을 인가제로 환원하거나 등록요건을 보다 까다롭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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