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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지난해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전 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기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ㆍ미정상회담을 지켜보다 갑자기 등장한 누군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었다. '저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미국 국가안보를 책임졌던 그는 체격이 매우 왜소하다. 미국의 국가이익만을 챙기는 강경보수 중의 보수, 보수의 아이콘, 슈퍼매파 등 그를 칭하는 별명도 많지만 겉모습은 힘없어 보이는 노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는 징집으로 인한 베트남전 참전을 피하기 위해 '꼼수'까지 썼던 이다. 우리로 치면 꼼수 병역기피자다.

5개월 뒤 서울에서 그를 다시 봤다.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한 그의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수년간 변방에 머물다 정권의 핵심 요직을 차지한 이다웠다.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적국에 대한 공격도 추진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쥐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선제공격론을 거론했던 볼턴을 기용했을 때 두 사람의 '케미'를 두고 큰 우려가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볼턴이) 나의 지시를 따르기로 약속했다"며 그의 기용에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거래기술을 강조해왔다. 진심이건 아니건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좌충우돌식 행보를 해온 그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후 미국은 전쟁에서 발을 빼고 있다. 항상 말이 앞서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어디서도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전쟁을 원하는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이유다.

기자는 뉴욕에서 다시 볼턴을 마주하고 있다. 볼턴이 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은 정식 출간 전부터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그가 2007년 발간한 저서도 화제는 됐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볼턴의 고발에 주목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동에 찬성하는 모습은 아니다.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려면 탄핵의 기회가 있었을 때 해야 했다는 게 미국 주류 사회의 견해다.

결정적 탄핵의 기회는 외면하고 큰돈을 벌 수 있는 저서를 통해 공세에 나섰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게도 그가 환영받을지는 미지수다. 한 외교가 인사는 "과연 지금 네오콘들이 볼턴의 주장처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금 볼턴의 모습은 자신을 해고한 상관을 망신시키고 자신은 돈만 벌겠다는 얄팍한 수로 읽힌다. 그가 정말 국가를 위해 이 책을 쓴 것인지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해 경질 직후에는 투자 로비스트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이번 회고록에 대해서도 200만달러를 선지급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 출판 직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화제 몰이에 나서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의 추억팔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임무를 마친 후에 쓴 '항복은 선택이 아니다'라는 저서 역시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국익을 훼손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네오콘의 입장일 뿐이다. 네오콘들은 북한과 미국, 미국과 이란이 평화의 시대를 여는 것은 끊임없이 반대해왔다.

평화 대신 갈등을 원하는 게 그들의 본모습이다. 이쯤되면 확인되지도 않은 볼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는 게 국익을 해치는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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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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