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25개 구청장이 참석한 '2020년 서울시 시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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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2. 코로나19 방역 일등공신 ‘지방자치’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지자체

용산구에서 근무 중인 A(31)씨는 두 달 넘게 비상근무 중이다. A씨는 최근 “공무원이 되고 이렇게 바빴던 적은 처음”이라며 “기존 업무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대책본부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일이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신천지 발 코로나19 확진 환자수가 진정세를 보이며 마음을 잠깐 놓기도 했던 그는 유흥시설 발 지역사회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하루도 마음 편히 출근하는 날이 없었다. 매일 오전 7시 코로나19 검진결과가 나오는 시간이다. 검사 인원 모두가 음성판정을 받는다면 다행이지만 확진자라도 나오는 날엔 또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

기초조사를 통해 확진자가 다녀간 방문지를 파악하고 역학조사에 들어간다. 결과가 나오면 구 홈페이지에 동선을 게시한다. 이어 방역요원들이 현장에 출동, 혹시 남아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를 완벽히 제거한다. 또 클럽, 주점 방문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하기 위해 방명록을 샅샅이 뒤지기도 한다. 집단감염의 걱정에 주민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지만, 불안해하는 마음을 알기에 최대한 신속히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을 안심시킨다.


서울시·정부 재난지원금 등 문의가 많아지면서 민원 전화도 크게 늘었다. A씨는 “바쁜 날은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한다. 컵라면과 도시락을 달고 산다”며 “눈 떠서 집에 자기 직전까지 업무 생각만 하다 보니 기운이 빠져 이제는 정말 좀 쉬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그가 버틸 수 있는 건 국민을 보호하고, 함께 나아간다는 사명감이다. 확진자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일상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각자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해나가야 한다. 자가격리자가 집에서 나오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생필품을 지원한다.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게는 물질적 도움이 필요하다. 취약계층에게는 더 세심한 손길이 닿아야 한다.


성동구 정창열 코로나19 방역단장(감사민원순찰팀장)은 최근 기자에게 "방역단장을 맡아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접촉한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보면서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단원들은 어린 아이들이 있다보니 혼자 나가 동선 파악에 나서곤 했다"고 전했다.

 [포스트 코로나, 지방자치를 말하다]코로나19 방역 일등공신 ‘지방자치’<2> 원본보기 아이콘


◇철통 방역, 신속 조사, 재난지원…고비마다 빛났다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확진자,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국내에선 최근 1주일간 확진자 30명 이하를 기록했다. 치료 상황도 좋다. 환자 10명중 9명꼴로 치료를 끝내고 격리가 해제됐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치른 총선까지 확진자 0명이라는 성공을 거뒀다.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감춰졌던 한국식 지방자치의 강점을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유감없이 드러냈다. 나아가 이 바이러스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재구성하도록 했다. 중앙정부가 곧 국가의 전부는 아니었다. 중앙정부보다 기민하게 시민의 삶 속 깊숙이 촉수를 뻗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진가가 비로소 체감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처럼 전면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민·관 협력을 이뤄내는지 구체적인 방법도 지자체들이 제시했다는 것. 사태의 주요 고비마다 선제적 조치를 취한 지자체들이 중앙정부를 선도했다는 평가가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지난 2월18일 대구에서 첫 양성판정을 받은 31번 신천지 환자 이후 하루에 수백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의료체계가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대구시는 병원에만 입원하던 확진자를 경증과 중증으로 나눠 생활치료센터·전담병원 시스템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중앙정부의 확진자 치료·관리 지침을 완전히 바꾸게 하며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


수도권 2차 감염 확산이 우려되던 지난 2월25일 경기도는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에 강제조사를 착수했다. 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 시설 즉각 폐쇄와 집회금지 명령을 내렸다. 서울시도 신천지 시설을 폐쇄하고 법인 등록을 취소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 신천지 발 집단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3월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급속도로 증가했을 땐 박원순 서울시장이 ‘잠시 멈춤’ 캠페인을 벌였다.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자 중앙정부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도시 봉쇄와 건물 폐쇄, 상업 및 다중이용시설 폐쇄 등 강제적인 조치 없이도 한국이 효과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던 건 사회적 거리두기의 조기 실시 덕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5월 6일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 체제 전환 후, 유흥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2주간의 가파른 확산세를 겨우 진정시키며 최악의 사태는 막았다. 이런 결과 뒤에는 일선에서 밤을 새 가며 코로나19 대응에 나선 자치구의 노력이 있었다.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 중 인근을 방문한 이들을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권했다. 용산구 전 직원이 나서 방명록, 신용카드 사용기록, 동행자 조사 및 기지국 접속자 명단 대조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결과 구 보건소에서 이뤄진 유흥시설 관련 코로나19 검사건수는 5100여건에 달한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진행한 검사 6만여건 중 용산구에서만 5000여건을 담당한 것이다.


방역 뿐 아니라 생계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하는 데도 지자체들이 앞장섰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3월8일 재난기본소득을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자고 정부에 처음 건의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다소 늦어진 것과 대조적으로 지자체들은 신속하게 자체 예산으로 일부를 집행, 중앙정부의 공백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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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일선에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지역민을 중앙정부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지자체가 한발 앞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 제공했기 때문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과거엔 중앙정부가 검사하고 판정했지만 지금은 권한이 시·도로 이양돼 있다. 이것이 이번 코로나19 초동대처를 성공적으로 가능하게 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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