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분단 상징 이전에 한반도 허리…역사의 보고
문화재청, 파주 대성동마을서 구석기 석기 등 수습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8곳 설정 "남쪽 구릉 일대 추가조사 필요"
비무장지대(DMZ)는 한반도의 허리다. 점하는 세력이 실질적 주인으로 군림했다. 농업·수운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를 꽃피웠다. 최초 인류인 구석기인부터 그랬다. 다양한 행동·생활 양식을 뿌리내리고 서울, 연천, 김포 등으로 반경을 넓혔다. 분단의 상징이기 이전에 오랜 역사의 보고인 셈이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6일 DMZ 마흔 지역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남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DMZ 평화지대화 사업의 일환이다. 첫 대상지인 파주 대성동마을에서는 구석기 석기 등 다양한 유물이 수습됐다. 특히 마을 남쪽 구릉 일대에서는 뗀석기인 규암 석기 두 점이 나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찌르개와 찍개(자갈돌이나 모난 돌의 가장자리 일부에 떼기를 가하여 날을 세운 석기)류의 깨진 조각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찌르개는 사냥이나 유기물에 구멍을 뚫을 때 사용된 도구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격지(몸돌에서 떼어낸 돌조각)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석기 축을 중심으로 양쪽 가장자리 날 부분을 잔손질해 대칭된 형태를 완성했다. 전체 둘레 형태는 마름모꼴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대가 높은 구릉 정상부에서 찾았다. 이 지역에서 규암 석재가 다수 확인돼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석기 뗀석기 유물은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 공동조사에서도 한 점 수습된 바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고고학 학술지 ‘조선고고연구’ 2005년 2호에 사진이 실릴 만큼 남북 고고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성동 마을의 서쪽에서 흐르는 사천(沙川)은 임진강 지류에 속하는데, 이미 이 유역에서 많은 구석기 유적이 조사됐다”며 “사천을 중심으로 마주한 대성동 마을과 기정동 마을에서 남북 공동조사가 이뤄진다면 더 큰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조사단은 대성동 마을 서쪽에 있는 토축성(土築城)인 태성(台城)이 내부에 방문객을 위한 팔각정이 지어졌으나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한다고 판단했다. 이 건물은 동서 쪽에 문지(門址)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문지와 외곽 둘레에서는 고려~조선 토기·기와 조각과 시기가 이른 유물이 수습됐다. 북쪽에서는 치(雉·성벽에서 돌출시켜 쌓은 방어시설)와 같이 돌출된 부분이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안정상 문제로 접근이 어려워 지상라이다(LiDAR·근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해 대상물의 형상 등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첨단장비)를 이용해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대성동 마을 주변으로 매장문화재 유존지역(문화재 발견 또는 조사에 따라 매장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 여덟 곳을 설정했다. 노출된 지표면에 고려~조선 유물이 산재하고, 구릉에서도 봉분 등이 산발적으로 확인돼 매장문화재가 다수 분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눈여겨보는 지역은 마을 남쪽 구릉 일대. 구석기 유물은 물론 고려 일휘문(日暉文·평평한 면에 원형 돌기 문양을 새겨 넣은 일휘문 수막새) 막새, 상감청자 조각, 전돌, 용두(龍頭) 장식 조각 등 통일신라~조선 유물이 다수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성동 마을의 경관적 특징도 면밀하게 관찰됐다. 이 지역은 정전협정에 따라 DMZ 남측에서 주민이 거주할 수 있는 유일한 터전이다. 1972년과 1980년 정부 주도로 이뤄진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전형적인 농촌과는 다른 경관이 조성돼 있다. 강 건너편에 북한 기정동 마을이 있어 주택들은 서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서쪽 디자인에 유독 힘이 실렸다.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에 따라 층수를 높게 하는 주택 배치와 격자형의 택지 분할도 특징으로 꼽힌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이 마을에는 다른 농촌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국기게양대와 공회당(자유의 집)도 있다. 공회당은 1959년 건립된 벽돌조 건물이다. 재료의 특징을 조형적 요소로 활용한 디자인과 트러스 구조(강재나 목재를 삼각형 그물 모양으로 짜서 하중을 지탱시키는 구조)를 사용한 공간 구성(12×16m) 등으로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