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핫피플]"매년 버려지는 농산물만 15~20%, 우리가 잘 팔겠다"
임혜진 11번가 신상품기획팀 MD 인터뷰
판로 막힌 급식용 농산물 판매부터
못난이 농산물 '어글리러블리' 론칭까지
어글리러블리 굴비·아보카도도 출시 예정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을 넘겼던 최악의 3월. 고통 속에서도 상생에 대한 희망이 빛났던 달이기도 하다. 급식용 농산물이 버려지고, 못생겼다는, 너무 크거나 작다는 이유로 판로가 막힌 국산 농산물이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상생'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버려지는 급식용 농산물을 판매한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에 이어 못난이 농산물 전문 브랜드 '어글리러블리'를 론칭시킨 11번가 얘기다.
'어글리러블리' 브랜드의 주인공 임혜진 11번가 신상품기획팀 MD(상품기획자)는 지난 1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급식용 농산물이 버려질 위기라는 뉴스를 보고 무작정 농림축산식품부 고객센터에 연락해 11번가가 팔고 싶다고 전했다"며 "자신이 있었기에 농림부에 코로나 피해 농가 돕기 차원에서 먼저 제안을 했고, 반응도 다행히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유통을 맡은 11번가의 역할은 막중했다. 판매 수수료를 반값으로 인하하고 직접 상품 설명 상세 페이지를 제작했다. 농림부는 관련 영상을 제작했고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렇게 협업 3일만에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상품을 지난 3월 18일 처음 선보였다. 오픈 후 30분도 안돼 3000개가 팔렸다. 농림부에서도 4월 행사 때는 마케팅 비용을 추가 지원해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4월 이상호 11번가 대표 역시 전사 임직원에게 보낸 CEO 주간 레터에서 "학교 급식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가 6000세트 이상 팔렸다. 정말 대단하다"고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 MD는 착한 소비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는 생각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11번가 최초 못난이 농산물 전문 브랜드 어글리러블리 론칭으로 이어졌다. 농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년 버려지는 농산물은 전체 연간 생산량(29조70억원)의 15~20%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소 4조5000억원어치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제 값을 못 받고 떨이 처리되거나 잼이나 주스 등 2차 가공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임혜진 MD는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인 인터마르셰가 2014년 진행했던 '부끄러운 과일&채소' 캠페인과 비슷한 취지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으로 판매 창구를 만들자고 생각했다"며 "직매입이 어려운 만큼 품질관리를 위해 농협과 손을 잡았다"고 했다. 현재는 성주참외, 안동배, 논산 킹스베리, 부산 짭짤이 토마토 등 7곳의 산지 상품들을 소싱 중이다. 이달 말에는 수협과 협업해 굴비, 해외 수입과일 브랜드 돌(Dole)과 협력한 아보카도도 선보일 계획이다.
어글리러블리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떻게 못생겼는지'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한다는 점이다.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e커머스 특성상 상품의 생김새나 당도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반품률이 높아진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브랜드이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구매 고객 반응도 나쁘지 않다. 제품들은 5점 만점에 평균 평점 4.3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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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에 대한 그의 신념은 어떨까. 임 MD는 "단순한 기부보다는 보상이 이뤄지는 착한 소비가 더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소비가 누군가의 도움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들과의 상품을 공동 기획해 매출과 사회적 가치 2개 모두를 잡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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