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관객 공감 얻기 위해 주체적·진취적 춘향 그려"
국립창극단 신작 '춘향'…14일부터 국립극장서 공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사랑가'는 판소리 춘향가의 대표적인 눈대목 가운데 하나다. 국립창극단의 2020년 신작 '춘향' 기자간담회가 열린 13일 오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사랑가' 장면 시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춘향 역의 이소연은 몽룡(김준수)이 보는 앞에서 종이 한 장을 발기발기 찢어버린다. 몽룡이 착실한 지아비가 되겠다며 춘향에게 써준 혼인 맹약서다.


김명곤 연출은 "처음으로 증서를 찢어버리는 춘향이가 연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300년 전의 춘향이를 2020년에 어떻게 다시 살려내 춘향이, 몽룡이와 비슷한 또래의 10~20대 청춘남녀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에 각색의 중점을 뒀다"며 "줄거리나 인물의 성격에서 상당히 과감한 수술을 했다"고 전했다.

김 연출은 서울대 재학 시절 박초월 명창에게 소리를 배울 정도로 판소리에 관심이 많다. '춘향전'과도 인연이 깊다. 1998년 국립창극단의 완판장막창극 '춘향전' 각본을 썼다. 한국 영화 최초의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임권택 감독의 2000년 작품 '춘향뎐'의 각본도 썼다.

김명곤 연출  [사진= 국립창극단 제공]

김명곤 연출 [사진= 국립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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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가 이번 국립창극단 '춘향'에서는 또 다른 성격의 춘향을 만들었다.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으로서 춘향을 그렸다." 혼인 맹약를 찢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 연출은 "춘향이 맹약서 한 장에 목을 메고 살았던 월매, 자기 엄마의 삶을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몽룡이 나귀 타고 광한루로 놀러나오는 원전 '춘향전'의 시작 장면도 춘향이 월매와 함께 화장하고 광한루로 놀러나오는 장면으로 바꿨다. 극의 시작부터 춘향을 눈여겨 보라는 암시인 셈이다.

몽룡도 좀더 자유분방하면서도 주체적인 젊은이로 바꿨다. 따라서 몽룡 아버지의 성격에도 변화를 줬다. 원전 '춘향전'에서 몽룡 아버지는 점잖고 인자한 인물이다. 하지만 '춘향'에서는 조선의 성리학적 가치를 매우 중시하는 인물이다. "몽룡의 아버지가 아들이 기생 춘향과 놀아나는 것을 알고 아주 엄하게 혼 낸다. 몽룡은 아버지, 가문으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이런 설정으로 몽룡과 춘향의 이별 장면에 슬픔이 더해진다."

국립창극단 '춘향' 시연 장면

국립창극단 '춘향' 시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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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출은 줄거리나 인물의 성격에 과감하게 변화를 주면서 판소리 고유의 음악적 아름다움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고 강조했다.


"국립창극단이 지난 10여년간 '패왕별희', '트로이의 여인들' 같은 다른 나라 고전을 한국적으로 각색하거나 한국의 고전을 대단히 파괴적ㆍ현대적으로 해석한 실험적 작품들을 하면서 많은 관객에게 호평받고 젊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창극단은 판소리를 기본으로 음악극을 표현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판소리의 선율과 노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것이 국립창극단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 연출은 국립창극단에서 '춘향' 연출을 제안해왔을 때 매우 기뻤다고. 그는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는 두 사람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사랑"이라며 "그런 순수한 사랑의 힘이 힘든 이 시기에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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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의 신작 '춘향'은 14~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춘향 역에 국립창극단 단원 이소연과 객원 배우 김우정이 출연한다. 몽룡 역은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가 맡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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