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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 무상지원, '공유지의 비극'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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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 탈출구는②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중앙정부는 국가재정 고려하지만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지원 생각해

너도나도 무상지원 실행 가능

결국 미래 위한 재원 줄어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 어려울 수도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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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지만 아직도 세상은 어둡고 춥게 느껴진다.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이 돌아 모든 사람을 움츠러 들게 만든다. 사람들이 활동을 줄이니 경제가 잘 돌아갈 리가 없다. 실물시장 경색에 금융시장은 더욱 놀라 금융상품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 예측조차 못하게 만든다. 그럴수록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우리가 이번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함에 있어 위기의 원인과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전의 여러 위기가 금융시장에서 비롯된 위기였던 데 비해 이번 경제위기는 실물시장에서 비롯됐다. 1998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모두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 문제가 실물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이 주된 과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면 접촉을 어렵게 하는 전염병으로 인해 거래가 불가능해지고 매출이 급감해 실물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도 이에 따라 급격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전 금융위기 시에는 세계 일부분 국가들에서 문제가 생기고 나머지 국가들은 문제가 없어 회복 시 문제가 없었던 나라들의 힘을 빌릴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그런 식의 회복도 어렵다.


이번 위기의 원인이 실물시장의 거래 실종이니만큼 위기의 극복도 근본적으로 전염병에 대한 통제력이 생겨 실물시장의 거래가 회복돼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실물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이 그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도산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위기에 대한 대응책은 두 단계에 걸쳐 준비돼야 한다. 첫 번째, 전염병에 대한 통제력이 생길 때까지 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응책이다. 두 번째, 실물시장의 원활한 거래가 가능해진 다음 시장이 위기 전 수준의 경제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대응책이다.

현재로서는 첫 번째 단계로서 한시적 기업 지원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첫 번째 단계에서 어려움에 빠진 기업과 소비자 지원이 시급하더라도 추후에 두 번째 단계 대응책 마련 때 어려움을 초래할 대책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확장적인 재정 지출은 당분간 기업들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주더라도 국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해 차후에 회복 단계에서 더 큰 어려움을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들은 거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첫 번째 단계의 대응책에 해당한다. 이들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한 가지는 무상지원이고 다른 한 가지는 채무 상환과 여러 가지 비용에 대한 유예다.

이 가운데 무상지원은 직접적 재정 지출을 가져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무상지원의 경우 지원 대상자는 나중에 사적으로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으므로 가능한 한 많이 받으려는 유인이 크고 더욱이 인기에 민감한 정치인들은 이를 활용할 유인이 크다. 소위 재난 기본소득과 같은 무상지원의 남용은 흔히 이야기하는 공유지의 비극을 가져올 수 있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유 자원의 경우 다른 사람이 나보다 먼저 소비를 하면 내게는 남는 것이 없어 서로 먼저 소비하려 하고 결과적으로 자원 고갈이 빠르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자원이 사유 자원이었으면 사람들은 자원이 재생산되는 속도를 고려하고 미래에 소비할 때 얻는 효용을 감안해 거의 영원히 소비를 할 수 있지만 공유 자원에 대해서는 자신이 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남들이 소비하면 자원이 없어지므로 미래를 생각할 유인이 줄어든다.


중앙정부의 경우 이런 무상지원이 국가 재정에 미칠 영향을 중요하게 고려할 유인이 크지만 지방정부의 경우 후에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쟁적으로 무상지원을 실행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한 지방정부가 무상지원을 시작하면 다른 지방정부 역시 그를 따라 할 유인이 커진다. 이는 바로 공유지의 비극에서 지적했듯이 공유자원의 경우 미래를 위해 자신이 활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활용해 버리면 미래에 소비할 자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채무상환의 유예에 대한 지원의 경우 더욱 선제적이고 적극적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 극복 후에 기업들이 살아나 채무를 상환하게 된다면 채무 상환의 유예는 그 자체로 재정 지출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더욱이 채권자들은 채무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 더욱 채무 상환 압력을 행사해 멀쩡한 채무자도 어려움에 빠질 수 있으므로 금융 당국의 채무 상환 유예 지원은 채권자들을 안심시켜 채무자들이 미래에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더라도 도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경제위기하에서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을 도와주는 것은 미래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소비자들에 대한 지원도 기업의 생존을 도모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이번 경제위기가 거래 실종으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져서 발생했으므로 그 근원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 대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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