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이성+감정…가장 좋은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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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사람은 이성과 감정이 조화로울 때 평온하다. 그럼에도 냉철한 이성이 요구될 때 감정에 휩싸여 자주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한다. 특히 공포스럽거나 급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더욱 그러하다.


인간의 감정은 의료 과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환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보호자와 의사의 도덕적 최선을 위해 항암치료 등이 시행된다. 환자는 차분히 생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생을 마감하고 만다. 통계적으로 봐서도 의미 없는 치료라는 걸 보호자도 이성으로는 지각하지만 직면한 현실을 감정적으로 인정하기 쉽지 않아서이다.

통증의 원인 진단에 있어서도 이성보다는 감정이 더 개입하기 쉽다. 통증 정의 자체가 '감정적인 불쾌함'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진단 과정에 감정이 개입되면 결과적으로 옳지 않은 방향의 치료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진단에 영향을 주는 환자 감정으로 분노의 감정이 있다.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렸고 다른 많은 의료기관에서의 치료 효과가 미미했을 경우 특히 그렇다. 분노의 감정이 커진 상태로 또 다른 의사와 대면한 환자는 의사에게 공격적이다. 확실함과 신속함만을 요구한다. 이런 경우 의사는 이성적인 절차라 할 수 있는 일반적 치료에 대한 시간적, 확률적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의사는 모호하게 들리는 '신경통'이라는 임상적 진단을 거두고 조금 더 구체적이고 확실해 보이는 '추간판 협착'이라는 영상의학적 진단을 제시하게 된다. 또한 모든 치료를 다 해봤다는 환자의 분노는 수술이라는 치료 방법을 의사가 택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이런 경우 척추수술실패증후군이 될 수 있는데 그제야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일 걸 후회하기도 한다.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말이다.


의사의 진단에 있어서도 감정이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두려움이 그것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환자는 의사의 진단을 순순히 따르게 된다. 예를 들어 회전근개 부분파열로 수술하지 않으면 어깨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환자는 의사의 수술 권유를 쉽사리 거부하지 못한다. 또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추간판 수술을 거부할 환자는 많지 않다. 심지어 값비싼 시술을 권해도 이성적 재고 없이 받아들인다. 물론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두려움을 악용해 이익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감정이 앞설 때의 결정이 후회를 초래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의사와 환자는 같은 곳을 향해 가는 관계여야 한다. 적어도 한쪽이 다른 쪽에게 과도한 감정을 이입시켜 방향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진료를 하고 치료함에 있어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음에도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적어도 서로 최선을 다했음을 믿고 결과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 방향을 강요한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감정에 휩싸여 내린 결정에 대한 회한만 남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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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행복마취통증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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