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비장의 무기/신미균
좁은 골목
어기적어기적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가
임시 번호판도 떼지 않은
새까만 외제 차의 옆구리를
쓰윽
긁으며 지나간다
차 주인이
울그락불그락
펄펄 뛰며
고함을 지른다
할머니가 느릿느릿
허리를 펴고
뒤돌아서
무표정하게
차 주인 어깨 너머
나뭇가지의
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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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시다. 정황상 아마도 이 시에 등장하는 “폐지 줍는 할머니”는 ‘사시’인 듯하다. 요컨대 ‘사시’가 ‘할머니’의 “비장의 무기”인 셈이다. 그런데 ‘사시’가 어떻게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걸까? 그것은 착각 때문이다. 즉 사시라고 해서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은 순전히 “차 주인”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착각은 헤아려 보면 편견의 산물이다. 그런데 “폐지 줍는 할머니”의 이와 같은 깜찍한 속임수를 비난하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생각해 보라. “무표정하게” 될 때까지 평생 동안 그녀에게 가해졌을 불편과 부당과 불공정과 폭력을 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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