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약도 못 쓴다는데" 코로나19에 출근하는 임신부들 '불안'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출산까지 2개월만 더 버티자는 생각으로 아침마다 지하철에 오르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더욱 불안한 마음입니다. 확진자가 나온 종로구로 3호선의 수많은 관광객 인파를 거치며 출근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숨쉬기가 힘들어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습니다. 퇴직을 결정하지 않은 게 후회되기도 하고, 그 어떤 지침이나 권고사항이 없는 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원망스럽습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임신부의 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감염병 위기경보가 발령될 시 임신부 근로자의 재택근무 근로기준법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다.
자신을 8개월차 임신부라 밝힌 청원자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증가가 꺾이지 않으며 확산되고 있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임신부에 대한 우선 보호지침이 부족하다"면서 "특히 고열 증상은 산모와 태아에게 즉각적인 신경손상을 줄 수 있고, 질병에 감염되면 어떠한 약도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임신부들의 고충이 커졌다. 정부가 11년 만에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지만 임신 중인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법이 마련돼있지 않아 근로자인 임신부들은 매일매일 위험을 무릎쓰고 출퇴근길에 몸을 맡기고 있는 탓이다.
관련 법령을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74조에 따라 임신 중의 여성 근로자는 로시간 단축 신청, 쉬운 종류의 근로로 전환, 시간외 근로 제한 등을 할 수 있지만 재택근무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에 전달한 '사업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지침'에도 임신부들의 재택근무 권고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임신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어떻게 될까. 현재 코로나19는 확립된 표준 치료는 없지만 다수의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해열제, 수액, 산소 투여 등은 임신부도 제약이 없다. 코로나19 치료에 쓰고 있는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도 마찬가지.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되고 있는 일부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임신부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투여에 제약이 있다.
문제는 고열 증상이다. 기침과 발열 등이 코로나19의 가장 큰 의심 증상인데 만약 임신부에게 38.5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할 경우 태아의 신경을 손상할 수 있다.
청원자는 이와 더불어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의 단축근로 사업장 확대도 촉구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에는 2시간 단축근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말은 13주부터 35주까지는 단축근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공무원의 경우에는 전기간 가능하다.
청원자는 "실제 임신 중 안정기는 16~18주이며 36주 이후에는 출산 임박 한 달 전으로 대부분 근로자가 휴직을 신청한 이후라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산부인과 전문의의 자문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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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안들은 지난해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건강한 출산 3종 패키지 법안', '직장인 임산부 출퇴근 시각 조정 법안' 등을 발의했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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