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과 개 출입금지'로 상징되는 서구열강의 인종차별 문구를 2020년 서울에서 발견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사람'은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라마다 검역 시스템이 다르고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구분은 자연스러운 이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국가보다는 지역적 이슈다. 특정 지역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유행한다면 인근 지역으로의 전파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역 간 이동이 잦은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만큼 널리 퍼지고 있는 혐중 감정은 중국이란 나라와 그 테두리 안에서 자라난 사람들에 대한 축적된 반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외교가에서 노골적으로 벌어지는 한국에 대한 무시 발언, 치졸한 경제보복, 북핵 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처 그리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중국 관광객의 다소 불쾌한 언행들. '민폐 국가(국민)'를 공격할 기회를 기다려왔다는 듯 확산되는 혐중 분위기를 한국민으로서 전혀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우리가 외교적 측면에서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상호 종속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러자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온전히 인류애의 문제이며, 중국과 인접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때 우리가 견지해야 할 태도로서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하자는 의미다.

후베이성의 인구는 5850만명 정도로 한국과 비슷하다(위키백과). 지금까지 이곳에서만 2만명 가까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고 470여명이 죽었다.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이 생겼다고 치자. 그 사회는 이미 정상일 수 없다. 행정ㆍ의료ㆍ교육 시스템은 붕괴 직전일 것이며 물류를 비롯한 경제활동도 마비 상태에 빠져있을 것이다. 그곳에 거주하는 한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우리의 1차 관심사가 될 것이지만, 그 사지(死地)의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작업에서 지역 국가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려하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이상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를 이쯤에서라도 막아내는 것은 인근에 위치한 나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사전 조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중국 내 바이러스 확산세를 꺾기 위한 노력에 일조해야 할 인류애적 책임뿐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지역적 필요성도 동시에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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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스와 신종플루ㆍ메르스를 거치면서 확인한 것은, 바이러스 감염 유행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막아낼 수 없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내부적으로는 개인위생에 대한 경각심, 전염성 질환의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 고취가 필수적이며, 외부적으로는 바이러스 확산세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국제적 공조에 적극 참여해야 할 때다. 우리가 혐중 감정에 빠져 이 작업에 소홀히 하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한 채 우리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국경을 폐쇄하는 것 이상으로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유입을 막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발원지 시민의 숙주화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더 많은 중국인이 신종 코로나의 희생양이 될수록 그 바이러스의 한반도 상륙 가능성은 비례적으로 높아진다. 반면 우리가 중국어를 쓰는 불특정 사람들을 상점으로부터, 학교로부터, 병원으로부터 배척하는 행위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이 사회의 안녕도, 보복의 쾌감도, 그 이상의 무엇도 아무 것도 아니다.

신범수 사회부장

신범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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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사회부장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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