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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도 내가 죽였다…이춘재 자백, 경찰 농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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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화성 10차 사건 포함 4건의 범행도 자백
전문가, 자백 신빙성 있고…수사당국 괴롭힐 목적

이춘재 고등학교 졸업사진.사진=채널 A뉴스

이춘재 고등학교 졸업사진.사진=채널 A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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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화성 연쇄살인사건(화성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화성사건을 포함 다른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며 자백을 이어가고 있다.


의문스러운 것은 그가 왜 자백을 이어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명백한 증거, △경찰 수사 혼란, △가석방 가능성이 사라진 점 등을 들어 그가 입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일각에서는 수사당국을 괴롭힐 목적으로 이른바 '화이트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프로파일러 등에 따르면 화이트 전략이란 수사당국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자백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이 자백에는 거짓 자백도 있을 수 있어 경찰을 괴롭히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블랙 전략이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행위로 통상적인 범죄인의 모습을 말한다.


현재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사건 10건, 이 사건외 4건, 강간·강간미수 30여 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상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 씨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 씨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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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명확한 증거 앞에서 이춘재 심경이 흔들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이 9차례 대면 조사를 진행하면서 투입한 프로파일러와 라포르(rapport·신뢰 관계) 형성이 충분히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씨가 처음엔 유전자(DNA)가 정확한 증거인지 반신반의했을 수 있지만, 버스 안내양과 목격자 등 증인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또 '이춘재가 자백을 이거 가며 일종의 허세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것에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런 허세를 부리는 필요를 느끼는 건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겠다는 의도가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 시효가 다 끝난 사건이다. 이춘재는 수사를 받을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사람이 영웅 심리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려면 영웅 취급은 어디서 나냐. 대부분 언론에서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이 이제 무기수고 더군다나 지금 자기 사건과 연관돼 언론에서 어떤 종류의 기사화가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입장에 지금 놓여 있다. 다시 사회로 돌아오지 못할 입장에서는 영웅이 돼 봤자 얻을 게 없다"고 덧붙였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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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전문가는 이춘재가 수사당국을 괴롭힐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유튜브 '배상훈의 크라임'에서 "이춘재는 블랙 전략에서 화이트 전략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범인들이 실제로 경찰을 제일 괴롭히는 상황은 '내가 안했다'고 범행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내가 다 했다'고 자백하고, 경찰이 이를 수사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경찰은 이춘재가 자백한 범행 중 그가 저지른 범행이 아닌 것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 유영철의 경우 이문동 사건을 자신이 했다고 자백했는데, 정남규가 발끈해 그 사건은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일이 있었다. 실제 그 사건은 정남규의 범행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춘재가 유영철 정남규 사례를 알고 있다면 수사당국은 상당히 괴로울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배 프로파일러는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춘재가) 경찰을 골탕먹일 수도 있다. 강간사건 30건을 자기가 했다고 했는데 만약 이게 (경찰이 이미) 해결한 거면 경찰이 엉뚱한 범인을 잡은 것"이라며 "주도권을 자기가 가지고 오려는 거다"라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춘재가 이미 범인이 잡힌 사건까지 본인이 했다고 자백하고 있는데 이는 범행을 부풀려 허세를 부리고 경찰 수사에 혼란을 주려는 것일 수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1987년 1월 경찰이 연쇄살인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1월 경찰이 연쇄살인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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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자백한 범행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화성사건 중 8차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이미 범인이 처벌을 받아 만일 이춘재 자백이 사실로 드러나면 경찰은 강압수사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차 사건이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에서 박모(13)양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경찰은 22살이었던 윤씨를 검거하며 화성사건이 아닌 '모방범죄’로 결론을 냈다.


경찰은 사건현장서 나온 체모, 혈액형이 윤씨의 것과 일치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검찰에 넘겼다.


윤씨는 경운기 수리센터 직원으로, 소아마비 장애가 있었다. 그는 사귀던 애인이 떠나 버린 뒤 여성에 대한 원한을 갖던 중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또 자신의 신체적 특징 때문에 박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윤 씨는 지속해서 자신은 이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경찰은 2003년 있었던 윤씨의 옥중 인터뷰 내용도 신중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나는 8차 사건 범인이 아니다. 나처럼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놈이 어디다 하소연하겠냐. 억울하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윤씨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중 20년형으로 감형, 지난 2010년 5월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경찰은 이춘재, 윤씨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만큼, 이 둘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을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이춘재가 자백한 또 다른 범행 중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은 1991년 1월27일 발생한 '청주 여고생' 사건이다.


피해자 박모(17) 양은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공사 현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히고 양손이 뒤로 묶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박양의 상의가 반쯤 벗겨져 있었고 현장 주변에 박양의 가죽점퍼와 속옷 등이 널려있는 것으로 보아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갔다.


이어 경찰은 박 양이 괴한에게 성폭행·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3개월 수사 끝에 박모(19) 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지만, 박 군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법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아있었다.


이춘재는 이 사건의 진범 역시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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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청주서 저지른 것으로 자백한 또 다른 사건은 1992년 6월24일 복대동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이모(28) 씨 피살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사건 현장서 나갔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피해자 남편 등 주변인 중심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끝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또 다른 자백 2건은 1988∼1989년 연이어 터진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은 1987년 12월24일 여고생이 외출한 뒤 실종됐다가 열흘가량 뒤인 1988년 1월4일 화성과 인접한 수원에서 속옷으로 재갈이 물리고 손이 결박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은 6차, 7차 화성사건 사이에 벌어진 일인 데다 범인이 피해자를 결박하는 데 속옷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화성 사건과 범행수법이 비슷하다.


다른 사건은 이듬해인 1989년 7월3일 발생했다. 피해자는 역시 여고생으로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야산 밑 농수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 신빙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당시 수사기록 등을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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