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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실망은 이런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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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가까운 관계에서 들었을 때 매우 아픈 표현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실망했다'는 말이 손에 꼽힌다. 아마 실망 전에는 반드시 기대와 애정이 있고, 실망 후에는 속상하고 괴로운 마음이 남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일 것이다. 청자의 입장에서는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실망한 쪽에게는 당장 어떤 변명이나 사과도 필요 없어 보이며, 그 심정을 되돌리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고 퍽 애를 써야 한다.


"학교에 실망했다". 강의 중 위안부 발언으로 파면을 요구 받고 있는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논란이 확산된 지난 24일 교양수업 뒤에 기자들과 만나 강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실망을 얘기했다고 한다. 그는 닷새 전 수업을 하다가 "(위안부의) 직접적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 "(위안부는)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에게는 "궁금하면 (매춘을) 한 번 해볼래요?"라고 물었단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사례가 최근 잦다. 이에 앞서서는 부산 동의대에서 한 교수가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전쟁이 나면 여자는 제2의 위안부가 되고 남자는 총알받이가 된다"면서 "여름방학이면 여자들이 일본에 가서 몸을 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표를 냈고, 학교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연 뒤 사직서를 수리했다. 전북대의 한 교수는 "가끔 유흥주점을 가는데 화류계에 전북대 여학생들도 많이 다닌다. 그 학생들에게 술을 줄 수 없어 콜라를 준다" "와이프가 195번째 여자"라고 강의 중에 말했다. 그는 사과문을 올렸다.


본인이 대학교 신입생이던 해에 수업을 하다 말고 "요새 성욕이 없다"고 말하던 교수도 떠오른다. 어느 여자 선배에게는 "내 첫사랑을 참 닮았다"고 말하며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수업 내용도 무성의했기에 여러 학생이 평가서를 나쁘게 올렸지만, 그의 강의는 자꾸만 되살아났다. 성욕 없는 피닉스께서는 아직도 교편을 잡고 있는지.


실망이란 이런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강의실에 앉아 '해볼래요, 몸을 판다, 와이프가 195번째' 운운하는 교수의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하는 이 상황. 누군가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 발언을 악의적으로 나열했다거나 정치편향적 단죄라고 지적한다. 그렇게 밖에 해석하지 못하는 그 진영의 시각도 실망스럽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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