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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광장과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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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북측 광장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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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이명박ㆍ오세훈 전 시장은 독대를 좋아했어요. 시장실로 따로 불러 상의하곤 했죠. 나쁘게 말하면 밀실에서 정책이 결정되는 것이지만 공무원의 '의견을 존중한다'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철저히 공개합니다. 시장실에서 단 둘이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늘 속기사가 시장실에 앉아 대화를 기록합니다."


'늘공(직업 공무원)' 출신인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전ㆍ현직 시장의 소통 방식을 비교해 달라는 요청에 스스럼없이 말문을 열었다. 이 관계자는 수십 년간 근무하며 느낀 시장들의 각기 다른 업무 방식을 이처럼 요약했다.

박 시장의 소통 방식이 최근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롭게 태어날 광화문광장 때문이다. 서울시는 광장 문화에 익숙지 않은 시민에게 탈정치화된 온전한 공간을 돌려주겠다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소통이 도마 위에 올랐다. 광장 재구조화에 반기를 든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박 시장은 가까운 '우군'에게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이들은 박 시장의 향후 대권 행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반드시 임기 내에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반면 박 시장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전부 경청하겠다"면서도 "일제와 독재가 훼손하고 단절한 광장의 맥을 잇는 것을 소명으로 삼겠다"고 했다.

박 시장이라면 충분히 나올 법한 말이다. 법조인 출신인 박 시장은 과거 사재를 털어 역사문제연구소를 설립, 왜곡된 역사 바로잡기에 나선 전력이 있다.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이 이이화ㆍ강만길 교수 등이다. 지금도 그의 공관 서재에는 항일 운동과 관련된 책들이 꽂혀 있다. 주변에선 빚투성이인 박 시장을 두고 "시민운동을 하지 않고 변호사로 남았으면 빌딩이 몇 채는 될 것"이란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만큼 박 시장의 삶에서 공명심보다 소명의식이 앞섰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광화문광장 사태는 논의의 출발점이 조금 다르다. 이른바 '위원회를 위한 위원회'가 소통을 좌지우지했다는 합리적 의심 탓이다. 시는 '불통' 논란을 막겠다며 광화문광장 시민위원회의 수를 늘리고 위원회 모임도 공개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배경에는 위원회를 통한 소통 방식이 자리한다. 시민단체는 전문가와 일부 시민이 주축인 위원회가 아니라 일반 시민의 목소리에 더 폭 넓게 귀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늘 위원회는 맨 앞자리에 놓였다. 그동안 위원회 중심의 정책 결정을 두고 시 안팎에선 '그 많은 위원회를 줄이기 위해 다시 위원회가 필요하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 터였다. "지난 3년간 약 100회에 걸쳐 시민 논의를 축적했지만…"이란 박 시장의 호소가 다소 빛이 바랜 이유다.


박 시장의 리더십은 앞장서 끌기보다는 함께 가는 것이다. 이전 시장들과 결이 다른 대목이다. 그런 박 시장이 얼마 전 "청계천광장도 80%가 반대했지만 잘했다고 평가된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 머릿속에 빨간불이 켜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민의 목소리를 더 치열하게 담아내겠다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이제 다시 닻을 올렸다. 박 시장의 리더십을 가늠할 시험대도 다시 열렸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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