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14년간 400억 들인 '첨단선박기술' 내부인이 해외 유출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산업기술 유출, 눈뜨고 당한다]1. 보호받지 못한 '국가핵심기술'

중소기업 개발한 최첨단 선박
2015년 국가핵심기술 선정
핵심인력이 해외로 유출

경쟁국과 기술격차 줄어들면
그대로 '국부유출'

14년간 400억 들인 '첨단선박기술' 내부인이 해외 유출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경남 소재 중소기업 A사는 물 위에 떠있다가 바로 이륙할 수 있는 '최첨단 선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군사용이나 응급환자 수송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정부는 2015년 '국가핵심기술'로 선정했다. 유출될 경우 심각한 국익 손실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기술은 외국으로 넘어갔다. A사 전직 임직원들이 설계도와 계산식 등 핵심기술을 유출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제도적 장치나 노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 1월 경찰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A사 전(前) 직원 2명을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달 22일 A사를 찾았다. 경비인력의 까다로운 신원확인을 거친 뒤 사업장에 들어섰다. 곳곳에 CCTV를 비롯한 방범장치도 있었다. 입구를 통과하자 A사가 개발한 선박 모형이 눈에 띄었다. 이 배 한 척의 값은 30억원. 올해 들어 10대 이상의 해외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세계 굴지의 방위산업기업 보잉사에서 투자 검토를 위해 실사를 다녀가는 등 정식 상용화와 함께 꽃길만 걸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부인의 기술유출을 막지 못한 A사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A사 대표는 "14년 동안 사명감을 갖고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400억원 정도 들인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A사의 기술은 외국 경쟁사 대비 최소한 4~5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술유출에 연루된 해외 업체가 기술을 경쟁사에 넘길 경우 격차는 순식간에 1~2년 내로 좁혀질 수 있다. 이미 중국ㆍ스페인 등 여러 국가에서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사람들은 A사에서 각각 4년, 7년 근무한 핵심 인력들이었다. 이들은 퇴직 후 말레이시아 합작사가 만든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적으로 분리된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해당 법인을 통해 기술을 빼내 모기업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법이다.

범죄수법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지만,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과 법적ㆍ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걸음마' 혹은 '허점투성이'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타파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ㆍ확보해야 한다는 제언도 많다. 아시아경제는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의 심각성을 살펴보고 그 예방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해 4회에 걸쳐 싣는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