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신문을 통해 정책 아이디어 얻어 ...전국으로 전파된 ‘어르신 야간 무더위 쉼터’ 고 신영복 선생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영감 얻어 ...27개에 이르는 아파트 단지 내 방치된 근린공원을 내 집 앞 ‘정원’처럼 꾸미는 ‘休가든’ 사업을 위해 각종 정원관련 책 살펴보는 중 ...직원들을 위한 온라인 북카페 ‘노원인의 서재’와 독서동안리 운영,독서퀴즈, 친한 동료와 짝을 이루는 ‘짝꿍독서’...감명깊이 읽은 책 ‘동의보감’과 ‘장길산’

 [인터뷰]오승록 노원구청장 “독서경영 통해 직원과 조직 역량 강화...아이디어 근원은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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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정책의 많은 아이디어를 책이나 신문을 통해 얻습니다. 다른 곳에서 하는 사업이라도 괜찮다 싶으면 도입해 구정에 적용하고 있고요. 외국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아시아경제와 만나 자신이 정책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을 이렇게 소개했다. 단순한 듯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그의 성품이 드러나 보인다. 노원구가 지난해 처음 시도해 전국으로 전파된 ‘어르신 야간 무더위 쉼터’의 구상도 故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옥중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글인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한다. 여름 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한다’”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면 자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까지도 미워하고 증오하게 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었지만 오 청장은 지난해 폭염 당시, 밤늦도록 대문 밖에 나와 부채질만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밤에는 사용하지 않는 구청 대강당 등을 개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처음 구상한 사업이 행안부의 주도로 올해는 전국으로 확산돼 운영 교부금까지 받게 됐으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오승록 구청장 책상에는 두툼한 책들이 여러 권 있었다. 국내 외 각종 정원을 소개하는 화보책이었다.


갑자기 웬 정원 관련 책들일까 의아했지만 노원구는 아파트가 밀집한 계획도시여서 대규모 근린공원이 27개나 된다. 하지만 공원이 만들어진 지 30여 년이 다 되도록 기본적인 보수만 이뤄졌을 뿐 디자인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쉼의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누구도 관심두지 않는 아파트 단지 내 휑한 공간을 내 집 정원처럼 주민 스스로 꾸미고 가꿔나가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 주민과 함께하는 ‘休가든’ 사업이다. 첫 결실로 지난 6월 초 상계 주공 5단지 원터 근린공원이 정원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왕 하려면 하천까지 포함해 제대로 꾸미고 싶어 세계의 정원에 대한 공부가 한창이라고 한다. 꼼꼼히 살펴보았는지 책 곳곳에 포스트잇이 빼곡하다.


‘아이디어 구청장’이라는 별명을 익히 알고는 있지만 구청장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실행해 구정에 적용하는 것은 1400여 직원들이다. 오 구청장 정책의 원천이기도 한 독서를 통한 구정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노원구는 책을 매개로 힐링하고 소통하는 독서 문화를 조성해 개인 발전은 물론 조직 전체의 역량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구청장으로서 지난 1년간 직원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정말 그 실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세부 실행 계획을 살펴보면 그 발상이 기발하다. 미처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계획에 담아 올 때도 많다.


독서는 누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업무에 신경쓰느라 책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직원들 스스로 책의 가치와 읽기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원 독서 장려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먼저 내부망에 온라인 북카페 ‘노원인의 서재’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각자의 독서 생활을 공유하는 소통 공간이다. 도서 감상평, 추천 도서 등 책을 주제로 동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아울러 독후감을 작성해 제출하면 교육시간으로 인정도 해준다. 국내외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담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또 경험상 혼자서 책 읽는 것보다 여럿이 어울려 자신이 읽은 책을 서로 토론한 것이 자기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직접 남에게 책 소개를 하려면 내용을 정리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말하기 능력도 향상됐다.


그래서 여럿이 함께 독서의 즐거움을 나누는 ‘독서 동아리’ 운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로 마음에 맞는 직원들이 모여 독서토론을 하고, 북 콘서트 참여하는 등 그룹별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2017년에 9개로 시작한 독서 동아리가 2018년에는 11개, 그리고 올해는 13개까지 늘었다. 이처럼 독서 동아리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점점 늘고 있어 책 읽는 조직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조직 내 독서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장려 정책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장려하고 있는지


▲친한 동료와 짝을 이루어 독서활동을 하는 ‘짝꿍 독서’ 모임이 있다. 소모임을 구성하면 1인당 책 두 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적은 금액이지만 호응이 좋다. 독서 장려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렇다고 독후감 제출 등 학습 결과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정기적으로 특정 도서를 선정해 퀴즈를 푸는 ‘행운을 부르는 독서 퀴즈’를 진행한다. 책 두 권을 지정해 정해진 날에 퀴즈 문제를 제시하고 전자 문서로 정답을 제출토록하고 있다. 정답자 중에 일정 인원을 추첨해 도서상품권도 지급한다. 지난 6월 퀴즈 대회 때는 200여명이 참여했다. 퀴즈를 풀려면 당연히 책을 읽어야 하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직원들의 호응이 높아 다음에는 당첨자를 더 늘릴 예정이다.


-청장 개인의 독서 경험에 대해 알고 싶다.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 자신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거나 삶에 영향을 미친 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그래도 기억에 남고 살아가는데 영향을 미친 책이라면 ‘소설 동의보감’과 ‘장길산’을 꼽는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무엇이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 책들이다.


동의보감은 지금도 활용되고 있는 아시아 최고의 의학서로 허준의 백성에 대한 사랑과 민족애가 담겨있다.


허준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주변의 질투다. 왕자의 병을 고치고, 임진왜란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질병 치료법을 찾으라는 선조의 어명을 받아 의서편찬에 들어갈 때도 임금이 급사하자 책임을 물어 의주로 귀양을 갔다가 이어 왕이 된 광해군이 의서 저술에 전념토록 풀어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의보감은 허준의 우직하고 곧은 집념의 산물이다.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죽은 스승의 몸을 해부하는 장면이었다. 차갑고 매정했던 스승이 제자의 환자에 대한 헌신과 의학 열정에 탄복하여 병든 몸을 내주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시절 경남 거창에서의 농촌 봉사활동이 생각났다. 동네 어르신들한테 3년간 문전박대를 받았지만 매년 방문해 묵묵히 일손을 도왔다.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면 다행이고 아니어도 괜찮았다. 결국 진심이 통했는지 그렇게 반대하던 어른들이 우리를 받아 주셨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을 때 행복감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또 하나의 책은 대하소설 ‘장길산’이다. 조선 숙종 때 오랜 가뭄과 지방 관리들의 폭정으로 민중들의 피폐한 삶이 극에 달하자 주인공 장길산이 세상을 바꿔 보려는 과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백성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부패한 양반들과 고향을 떠나는 유민들, 나라를 이끌어야 할 지배세력의 당쟁과 문란한 환곡제도까지 사회 전반의 실상이 잘 묘사돼 있다.


역사소설이지만 오늘날 사회 모순과도 유사하다. 특히 지배계급을 무너뜨리니 피지배계급이 또 다른 지배계급이 되는 것을 보고 길산이 각성하는 부분은 진보와 보수로 갈려 비난하며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 같다.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하듯 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고 몇몇이 바꿀 수도 없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책,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섰던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가’ 라는 정치 초심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그동안 독서 경영과 관련해 여러 건의 상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2016년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가 브랜드 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독서 경영 우수직장 인증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래 3년 연속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인증 받았다. 앞으로도 작가와 만남 등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함께 소통하고 힐링하는 독서 문화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독서 경영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것과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책 속의 이야기나 작가의 생각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작가와의 만남 강연’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저자 박준영 교수의 강연에 100여명의 직원이 참여해 독자로서 느꼈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도 직원들의 설문을 받아 초청하고 싶은 저자를 정해 만남을 주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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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휴대폰에만 집중하고 있어 안타깝다. 책을 통해 넓은 세상을 간접 경험하고 실행해보는 가슴 설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다행히 노원은 창의적 공간들이 많다. 시립과학관, 북서울미술관, 우주학교, 직업체험학교가 있고 10월이면 체험위주의 수학문화관까지 들어선다. 책을 통해 얻은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 제공 등 구민들의 앎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노원’을 만들어 나가겠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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