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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너무 멀리 가진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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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싱글라이더' 스틸 컷

영화 '싱글라이더'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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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한국 영화계에서 이병헌 배우는 나름 독보적인 지위를 갖는다고 여긴다. 송강호를 비롯해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대배우들의 진용에 비춰볼 때, 비교적 젊은 배역까지 소화가 가능하다. 또 진지함과 유머, 불량기와 순박함을 넘나드는 진폭 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내부자들' '남한산성' '광해, 왕이 된 남자' '밀정' '그것만이 내 세상' 등을 떠올려보면 그렇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눈에 띄는 낮은 봉우리는 '싱글라이더'다. 쓸쓸함이라는 감정이 물적 변화를 거쳐 영화로 태어난 듯한 이 작품은 35만명이 관람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진동수로는 높은 봉우리일 수 있다.

잘 나가던 증권사 지점장이었지만 일순간에 회사가 무너져내리고 분노한 고객의 손바닥이 그의 뺨을 강타한다. 그의 삶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텅 비어버린 그는 아이와 아내가 있는 호주로 향한다. 가족을 관찰하던 그는, 그 곳에서도 자신의 자리는 사라져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높은 곳에 오를수록 추락의 충격이 크고, 옷차림이 번듯할수록 얼룩은 두드러진다. 영화는 끊임없이, 처연하게, 그러나 촌스럽지 않게 묻는다. '당신은 제대로 살고 있느냐'고.


'싱글라이더'는 2013년 '동양 사태'를 모티브로 했다. 동양증권을 통해 부실한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판매해 4만여명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키코(KIKO), 저축은행 사태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금융 사고의 하나로 꼽힌다.


최근 해외 금리 파생결합상품(DLS)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금 금융 사고의 위험과 맹목성을 곱씹어보게 한다. 기본 조건인 해외 국채 금리가 기준선 밖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일부 은행들이 마치 안정적인 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위험은 잠복해 있고, 이익은 눈 앞에 있기 때문이었을까. 4%의 수익을 위해 100% 원금 손실을 감수토록 하는 상품 구조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금융이라는 세련된 문패 안에 어떤 욕망들이 갖가지 모습들로 변형돼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다 뺏기고 이용만 당하고 살았는데, 왜 그렇게 우아한 척 하면서 살았는지…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것 같아요.' '싱글라이더'의 한 대사다. 욕망이라는 엔진이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눈 앞만 보고 살다가 너무 멀리 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든지.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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