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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4차산업혁명 이후의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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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4차산업혁명 이후의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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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는 사건은 교육과 얽혀 있곤 한다. 그중에서도 입시는 약간만 건드려도 터지는 뇌관인데, 한국에서 대학이란 그저 줄세우기용 번호표라 여겨져서다. 새치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왜 그 줄을 그리들 서는지 묻고 싶지만 어려운 문제다. 다른 사회는 다를 수도 있지만, 어디나 명문대는 있다. 잠재력이 있거나 준비된 학생을 받아들여 그 학문적 가능성을 극대화해 사회의 초석이 되는 인재를 배출하는 일, 그 성과나 기대치는 명성이 된다.

여기서 잠재력과 준비란 근대 국가에게는 언어능력과 수리력, 우리로 치자면 국영수였다. 다른 실용 학문으로 지적 호기심을 뻗어 나가게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라서다. 과학도 회계도 법학도 아니 코딩조차도 이 학습능력을 전제로 한다. 놀랍게도 2019년 현재 대개의 고임금 종사자들은 중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 국영수 능력에 의존하고 이를 더 갈고 닦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그럼에도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교육은 국영수로부터 벗어나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명분은 미래사회 인재 양성을 위한 창의성과 다양성 함양이었다. 그 결과는 수천 가지나 양산된 대입 전형이었다. 어딘가 참교육을 향한 듯한 느낌은 덤이었다. 하지만 정밀 데생을 할 줄 모르는 피카소, 코딩할 줄 모르는 빌게이츠를 키우려는 듯 공허한 일이었다.


학습의 본질과 내용보다도 학습의 표현과 포장이 전형과 사정에서 중요시되는 모습은, 지적 활동의 가치보다 마케팅이 중시되는 세태의 거울과도 같았다. 마케팅은 에이전시 외주가 가능하니 입시는 부모가 이끄는 조별과제로 변모한다.


부모 힘으로 경쟁이 좌지우지된다는 공정성 문제 이전에, 자기들은 국영수를 암기해 한 자리씩 하고 있으면서 가장 기본적인 교육 훈련을 소홀히 하게 하는 건 일종의 사회적 직무 태만이다.

국영수를 집중 훈련받은 386세대가 사교육 시장을 잉태했다는 아이러니는 차치하더라도, 언어와 수리력을 단련한 인도와 중국의 인재들은 디지털 시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한국에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인재가 배출되었을 텐데, 정작 현업에서는 신입들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불평불만이다.


고교 과정의 국영수는 4차산업혁명 이후의 사회에서도 가감 없이 유용하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2년 정도의 집중학습으로 끝낼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내신 때문에 울며 '이생망'이라며 포기할 필요도 없는 분량이다. 범위를 더 구체화한다면 사교육의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양질의 학습자료가 세계의 인터넷에 널린 시대다.


격변의 시대에 필요한 일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와 몰입의 힘을 어린 마음에 심는 일. 유복한 가정은 아마도 이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문화자본을 물려주고 있다. 그런데 입시 프로젝트까지 이끌려 한다.

아무리 시험을 잘 봐도 뽑는 것은 내 마음이라는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는 다양성과 학풍을 위해 피상적 공정함은 희생해도 좋다는 합의와 신뢰의 결과다. 그 나라만의 사정을 사회적 합의 없이 수입해 오니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 대신 미래를 위해 익혀야 할 소양은 경시되고 이 사회에 느는 것은 마케팅 방법의 다양성뿐, 줄 세우기는 변함없고 아이들은 덧없이 지쳐간다. 미래를 위해 실패를 인정하고 수시·학종의 사회 실험을 멈출 때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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