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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성삼문이 그리워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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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재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문화예술국장

신광재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문화예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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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신광재 기자] ‘북을 울려 사람의 목숨을 재촉하는데. 머리를 돌려 보니 해는 기울어 가는구나. 황천에는 주막이 없다는데. 오늘 밤에는 누구의 집에서 잠을 자리오.


‘사육신’ 성삼문(1418~1456)이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남긴 시 한 수다.

단종복위운동을 주도한 성삼문은 세조와 측근들을 제거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추진했지만 김질의 내부 밀고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세조가 친히 신문에 참여하면서 협박과 회유하려 했으나 성삼문은 “상왕이 계시는데 ‘나으리’가 어떻게 나를 신하로 삼을 수 있는가?”라며 세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성삼문이 죽은 후 그의 집을 살폈더니 세조가 준 녹이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가재도구라고는 아무것도 없었고 방바닥에 거적거리만 깔려있었다.

그만큼 세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지를 실천한 것이다. 달군 쇠로 그의 다리를 태우고 팔을 잘라내게 했으나 그의 안색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세조를 나무랐다.


이처럼 잔인한 고문을 당하고 형장에 끌려가면서 위 시를 지은 것이다. 목이 잘리고 전신이 토막 나는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그는 세조의 왕위찬탈을 꾸짖었다.


승리를 부르는 북소리가 아니라 목숨을 재촉하는 북소리를 들으며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해 질 무렵 형장의 싸늘한 분위기가 오싹하게 느껴질 만도 한데, 그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간적인 모습도 느껴진다.


평생 동지였던 박팽년, 그리고 사육신 친구들과 다시는 함께 술자리를 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함도 그려진다.


오늘 밤부터 이승에서는 잠을 이룰 수 없지만, 영원히 민초 곁에 있을 것이라는 의미 같다.


울분을 풀어 주라는 억울함도 담겨 있는 듯하다. 그의 바람처럼 성삼문은 지금까지도 충신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아버지와 형제 아들, 손자까지 모두 죽임을 당하는 ‘멸문의 화’를 겪었지만 그는 죽음으로서 절개와 의리를 지켰다.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조치 행위로 전 국민이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성삼문의 의리와는 사뭇 다르지만 광복절을 하루 남겨둔 시점에서 그가 그리워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성삼문은 예방승지로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을 했다. 세조에게 옥쇄를 건네주는 기구한 운명이었지만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했었다. 밀고 때문에 실패했지만...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각자 할 일이 무언가부터 찾아봐야 한다.


학생에서부터 청년, 노후세대까지 자기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면서 불매운동을 실천하는 모습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다.


성삼문은 월급으로 받은 녹봉을 쌓아두고 거적 하나로 버티면서 의지를 실천했다. 그의 결연한 자세와 치밀한 계획을 배우고 싶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늘, 성삼문이 그리워진다.




호남취재본부 신광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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