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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매미/채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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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대는 동생들처럼 시끄럽습니까. 이 악물고 갈고닦은 스팩은 끈질긴 울림통뿐입니까. 목은 아직 괜찮습니까. 부은 발은 어디에 벗어 놓았습니까. 지하와 옥탑에는 아직 많은 울음이 남아 있습니까. 우는 것 말고 잘하는 것이 있습니까. 병든 개미를 먹어 본 적 있습니까. 안식일에도 울림통은 열립니까. 왜 여름이어야 하는지 동기를 말해 보시겠습니까. 나뭇잎 블라인드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울음을 성형할 생각은 없습니까. 울다가 청춘을 다 보냈습니까. 나무에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바짓가랑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그런다고 벽이 열릴 줄 압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더 해 보시겠습니까. 뭐가 억울해서 통곡을 합니까.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여름을 알아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오후 한 詩]매미/채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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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이런 삼복더위에 매미 울음소리는 그야말로 청량하다. 매미는, 그런데, 지금 이 여름 한철이 정말 행복할까? 어쩌면 저 나무 아래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낸 몇 년 간이 호시절이었지 않을까? 어디 매미뿐이겠는가. 언젠가부터 우리 세계는 사력을 다해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통곡하고 있는 청춘들을 우려먹으면서 유지되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매미 울음소리가 뚝 끊겼다. 여름 한낮이 통째로 괴괴하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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