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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스페이스를 가다] 아이들의 또다른 학교 '이문238'

최종수정 2019.06.21 06:28 기사입력 2019.06.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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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창작과 창업 활동을 돕는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이 확산되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작활동 공간(일반형)과 전문 메이커를 대상으로 지역 내 일반 랩과 창업 지원 인프라를 연계하는 거점공간(전문형)으로 조성되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 부흥'을 위해 2022년까지 전국에 350여개의 메이커스페이스를 가동할 예정이다. 아시아경제가 혁신 성장과 혁신 창업의 현장을 찾아간다.


[메이커스페이스를 가다] <8> 이문238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이문238'.[사진=리마크프레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이문238'.[사진=리마크프레스]


"여러분이 기쁠 때 마음은 무슨 색깔인가요?"

"빨간색이요." "저는 하얀색이요." "진한 빨간색이요."

'리틀 메이커'들을 위한 공간 '이문238 앳 해피라운지'(이문238)의 미술 수업에서 오혜진 강사가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에게서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따뜻한 인물화 그리기'를 주제로 한 이 수업은 7~12세 아이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시간이다. 오 강사는 "아이들이 마음을 시각적·행동으로 표현해 자신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확장시켜 타인과의 관계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문238은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을 중심으로 6세 이상 아이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지난해 메이커스페이스 일반 랩으로 선정됐다. 아이들의 창작을 위한 ▲작업실 ▲야외 테라스 ▲음악실 ▲명상실 ▲도서관 ▲영상실 ▲조리실의 7가지 공간(555㎡)으로 구성됐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디디캠프' 등을 운영 중이다.


학교나 학원과 달리 이문238에는 '정답'이 없다. 아이들은 7가지 공간에서 스스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의 활동 공간에 들어갈 수 없고, 아이가 혼자 작업을 하도록 믿고 기다려야 한다. 아이들도 작업실에서 스스로 작업을 정하고, 서로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 등 다섯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문238 작업실에서 한 아이가 재료를 고르고 있다.[사진=리마크프레스]

이문238 작업실에서 한 아이가 재료를 고르고 있다.[사진=리마크프레스]


이문238은 이곳의 번지수이자 238가지의 다른(異) 문(門),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문을 상징한다. 이문238을 운영하는 이재준 리마크프레스 대표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하나의 문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열고 싶은 문을 찾고, 서로 다른 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이 공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매일 이문238에는 평균 9.1세의 아이들 40여명이 방문한다. 작업실 가입자는 1800여명으로 81%가 재방문했고, 아이들이 어떤 작업을 했는지 기록하는 작업노트는 지난 1년간 약 8000장이 쌓였다. 이 대표는 "이문238을 통해 실험한 결과 아이들은 어른들의 개입 없이도 얼마든지 창작을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못 한다고 생각해서 무엇을 더 하려고 만드는 것이 되레 창의력을 막는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가 돼 있지만 경험이 없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문238은 그동안 '제작 실험실(FAB Lab)'에 국한한 메이커 운동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읽고, 쓰고, 표현하는 모든 과정을 '메이킹'으로 보고 다음 세대인 아동들의 메이킹 활동을 장려해왔다. 이 대표는 "메이킹이라는 본질은 누구나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만드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경우 이 과정에서 경험한 것들이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기에 창작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문238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학교나 집이 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민간·공공 사업 모델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이 이를 후원한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옆에 아이들의 창작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2호점은 울산에 개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표는 "메이커 운동이 활성화하려면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 우선돼야 한다"며 "메이커들이 사명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인력 양성과 공간 특성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문238에서 아이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약속.[사진=리마크프레스]

이문238에서 아이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약속.[사진=리마크프레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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