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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0주년 생존애국지사를 만나다] 노동훈 옹 “후손들이 자주정신 길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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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독서회’ 조직 후 임시정부 연락원으로 활동

고문 후유증으로 4차례 허리수술로 거동 불편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뜻 이어 받아야”

노동훈 옹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설명하고 있는 모습

노동훈 옹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설명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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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선강·허지현 기자]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후손들이 자주정신을 길러야 합니다.”


3·1절을 앞두고 찾아간 일제강점기 독립유공자 노동훈(92) 옹.

수년전 현관문 앞에서 “어서오세요”라고 했던 모습과 달리 이번에 만난 그의 모습은 어딘가 불편한 듯 앉아 반겼다.


노동훈 옹이 앉아서 반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과거 고문 후유증으로 무려 4차례의 허리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해져서다.


이제는 간병인과 막내아들의 도움 없인 활동에 제약이 뒤따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힘겨웠던 지난 시간들을 무색할 정도로 또렷한 목소리와 기억력은 여전했다.


1927년 장성에서 태어난 그는 1943년 3월 광주사범학교(현 광주교대) 3학년 재학 중 옥대호 등 학우 17여명과 함께 ‘무등독서회’를 조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락원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임시정부 밀명 실행계획 등을 논의 하던 중 발각돼 투옥됐다고 한다.


무등독서회는 광주사범학교 학생들이 민족독립운동과 시국을 논의하기 위해 조직한 모임으로 이들은 일제의 패망에 대비해 연합군에 호응하기 위한 활동을 하며 임시정부 요원과 접촉해 태극기제작, 근로동원 기피활동 등을 펼쳤다.


추억에 잠긴 그는 “사범학교에 일본인 교사와 친구들도 많은데 비밀리에 독서회 활동을 한다는 건 엄두도 못내던 시기였다”며 “친구가 중이염을 앓고 있다기에 문병을 구실삼아 사범학교 교우들과 순창농고의 비밀결사 조직원들을 친구집으로 모이게해 일본경찰들의 눈을 피해가며 독립운동을 했다”고 회상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학우들이 의기투합해 두려움 없이 활동을 했다는 그는 다리뼈들이 부러지는 모진 고문을 겪으면서도 무등독서회원의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재판도 받지 못한채 무등독서회를 조직해 학생들을 선동했다는 혐의(치안유지법 위반)로 8개월간 옥고를 치르다 광복으로 석방됐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5년 국민훈장 동백장(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광복 후 광주사범학교에 복학, 졸업 한 뒤 광주 대성초등학교 교사로 발령 받아 지난 1992년 나주 공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까지 45년간 학생들에게 자주독립정신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광복이 되던 날의 이야기에 “조사를 받고 들어오던 조선인 한명이 허공에 손가락으로 ‘일본항복’이라고 쓰는 걸 보고 쇠창살 안에 갇혀서도 나도 모르게 만세를 외쳤다”며 “그야말로 쓰러져 버릴 것 같았다. 너무 좋아서…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일본은 아직도 내 두눈으로 본 과거를 부정하고 있는데 우리 후손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주정신이 필요하다. 자주정신은 주변에 의지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힘이다”며 “우리도 스스로 힘을 기르고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의 뜻을 이어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선강 기자 skpark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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