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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100년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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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위대한 소설 '백년동안의 고독'은 작가의 조국 콜럼비아가 겪었던 혼란과 비극을 모태로 한다. 마콘도 마을과 부엔디아 가문이라는 가상의 공간과 인물들은 실제 역사적 사건 속에서 움직인다. 1928년 벌어졌던 '시에나가 대학살'은 공식적인 역사에서 은폐돼 있었으나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바나나 농장의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에 저항해 파업을 벌이자 군부가 진압에 나서 400여명이 학살된 사건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1536년 콜럼비아에 첫 발을 디뎠을 때 120만명가량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스페인의 식민지가 됐고 가혹한 지배 때문에 1780년에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19세기 초에는 남미에 민족해방 운동의 바람이 불었고 콜럼비아인들도 스페인에 맞서 싸워 독립을 쟁취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보수당과 자유당의 분쟁이 격화돼 1948년 결국 내전이 일어났고 20년이나 이어졌다. 군사 독재의 시기이기도 했다. 작품 속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32번이나 반정부 봉기를 일으켰다. 휘몰아치는 역사의 폭주는 모두를 고독 속으로 밀어넣었다.


이 작품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수사로 표현되곤 한다. 야성적이면서 몽환적이다. 마르케스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관습적인 방법으로는 우리(라틴아메리카)의 삶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식민 지배와 내전, 이어지는 군부 독재. 우리에게도 익숙한 아픔들이다. 1919년 독립의 횃불이 한반도를 뒤덮었던 때로부터 100년이 흘렀다. 우리는 고독했고 여전히 갈라져 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횟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편의이거나 바람이 담긴 것이다. 절박함은 염원이 된다. 역시 내전을 치렀던 베트남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욕망과 폭력의 시대를 넘어 봄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를 숨길 수 없다.

100년 전 바람도 비슷했다. '아아! 새 천지가 눈앞에 펼쳐지도다. 힘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도다. 지난 온 세기에 갈고 닦아 키우고 기른 인도의 정신이 바야흐로 새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의 역사에 쏘아 비추기 시작하도다. 새 봄이 온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는도다.' 3.1독립선언서의 일부를 쉽게 풀은 말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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