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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우리는 이기흥·대한체육회 제재를 요구한다"

최종수정 2019.02.24 10:00 기사입력 2019.02.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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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에 서한 보낸 체육·여성 시민사회단체 "(성)폭력 사태 반복에도 대처방안에 묵묵부답"
"처음에는 '사과'와 '쇄신' 외쳤지만…결국 정부·국민 요구에 반발, 이대로는 어렵다 판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체육계와 여성 시민사회단체가 우리 엘리트 스포츠에서 불거진 운동선수 인권침해 문제를 조사하고 제재해 달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요청한 까닭은 이기흥 회장을 필두로 한 대한체육회의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경렬 체육시민연대 사무국장은 24일 "그동안 체육계에서 폭력이나 성폭력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이에 대한 체육회의 입장과 대처방안은 무엇인지 여러 차례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성폭력 사태로 다시 큰 논란이 일자 처음에는 이기흥 회장과 체육회가 '사과'와 '쇄신'을 외쳤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이대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체육시민연대와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2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편지에는 정부의 엘리트 체육 쇄신안에 반발하는 이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에 대해 IOC 차원의 진상조사와 책임을 규명해 달라는 호소가 담겼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NOC 자율성 보장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빙상계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촉발된 뒤 IOC에 서한 발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최근 2주 동안 논의를 거쳐 내용을 완성했다.

편지에는 "대한체육회가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정부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한다'는 IOC 헌장을 근거로 사회적 이슈와 정부의 노력을 무력화하고 있다. 정부의 스포츠 혁신이 시작하기 전부터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대한체육회는 우리나라 NOC인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겸하고 있으며 이기흥 회장이 위원장이다. IOC의 올림픽 헌장 27조 6항은 'NOC가 정치·법·종교·경제 등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근거로 체육계 미투를 촉발한 엘리트 체육의 관리 책임자인 이 회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지만 정부 차원의 제재나 책임을 묻기 힘든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엘리트 체육의 쇄신을 위해 발표한 체육회와 KOC의 분리 방안 혁신안에 대해서도 "애들 장난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화연대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15일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 미투 파문에 대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문화연대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15일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 미투 파문에 대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NOC 독립성보다 선수 인권이 우선"= 시민사회단체들은 "IOC 헌장은 인간의 존엄과 선수 인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불행히도 KOC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스포츠 현장에서의 폭력과 성폭력 등 인권침해에 대처하지 못했다. 심지어 징계된 지도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돕기까지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KOC의 문제를 교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헤아려 달라"며 "IOC가 한국에서 벌어진 운동선수 인권침해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대한체육회에 적정한 제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무국장은 "IOC가 정부나 체육회보다 시민사회단체의 서한에 빠르게 회신하기도 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산개최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 IOC 관계자들과 면담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IOC로부터 회신을 받으면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당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또 IOC와 면담을 요청하고 우리 체육계의 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구상하고 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정부의 쇄신책과는 별개로 '체육시스템 혁신위원회'를 자체 구성해 체육계 비위에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21일에는 법조인, 전직 경찰공무원, 전직 감사원 감사관 등 민간위원 7명이 중심이 된 조사위원회 산하 소위원회에서 체육계 (성)폭력 실태조사를 위한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기흥 회장은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체육계에서 (성)폭력 비위 행위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엄정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 문책하고, 사법 처리 대상 분야는 모두 고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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