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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是是非非②]제약사 연구원서 유튜버로…일이 즐거워 業까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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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유튜버의 24시…구독자 5만명 '안될과학' 크리에이터 '약'

[유튜버 是是非非②]제약사 연구원서 유튜버로…일이 즐거워 業까지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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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약'의 말에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선택지를 고려하면 고민이 깊었을 터.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대학에서 약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번듯한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의 결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즐거운 일은 하기로 했다.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 개설 9개월개여만에 구독자 5만명을 확보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도 받았다. 수익도 웬만한 직장인 수준으로 늘고 있다. 약학 박사에서 유튜버로 인생을 전환한 '약'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전업 유튜버의 24시=그는 여느 직장인처럼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해 8월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유튜버로 나서면서 마련한 공간이다. 비록 아직은 남의 사무실에 얹혀 지내는 처지지만 여기서 그가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의 대부분이 제작된다. 그는 "출근해서는 주로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기사나 최신 논문, 영상 등을 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다.

'안될과학'은 '즐거운 과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자'는 취지다. 그 외에 공학 박사 출신의 현직 과학자 '공진'이 한 팀이며, 과학커뮤니케이터를 육성하는 '궤도'는 콘텐츠 재능기부 형태로 도움을 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과제 지원금과 틈틈이 하는 외주광고 제작을 통한 수익이 채널의 운영 자금이 되고 있다. 지금 수익은 그가 박사급 연구원으로 제약회사에서 받던 고액 연봉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기초 자료를 끝내면 어떤 주제를 다룰지 팀원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대부분 이 회의를 통해 아이템을 선정한다. 아이템이 정해지면 각종 최신 자료를 찾고 확인한 뒤 대본을 작성한다. 독자들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핵심 작업이다. 다른 유튜버와 달리 대본 작성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는 "최신 과학 지식을 확인해야 하고 시청자들이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인터넷 문화에 걸맞는 유머나 '짤'들을 곳곳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본 작업을 하다보면 점심도 거르기 일쑤다. 스토리를 썼다 지웠다 하기를 반복하다가 촬영을 시작하는 것은 오후 늦게인 경우가 많다. 이제는 촬영에 익숙해서 대본대로 간다면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촬영이 끝났다고 해서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픽 등 편집 작업이 남아 있다. 그는 "제작 기간은 콘텐츠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짧은 것은 1주일, 길면 3주 가량 걸린다. 만들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후에도 동영상을 업로드해 배포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마케팅을 하는 작업은 매일 반복된다. 그럼에도 그는 유튜버로서의 장점으로 '일의 즐거움'을 꼽았다. "콘티를 쓰고 촬영, 녹음, 편집, 배포, 마케팅과 같은 과정을 직접 해야 하는 만큼 저녁이나 주말도 따로 없다. 하지만 재미 있어서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구성한 유튜버의 24시

재구성한 유튜버의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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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야만 유튜버로 성공 가능"='안될과학'이 지금까지 다뤘던 콘텐츠를 보면 유전자가위, 리만 가설, 빅뱅 이론 등 전문적인 과학 분야부터 미세먼지, 항암제, 태풍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까지 다양한다. 이 모든 것을 누구나 알기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짧은 동영상에 풀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최신 과학 지식들을 지속적으로 읽고 소화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콘텐츠 제작자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유통 플랫폼과 그 플랫폼에 머물고 있는 시청자에 대해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학에 대한 내용만 100%를 전달하려다 시청자가 뒤로가기 버튼 한 번만 누르면 0%가 전달되는 시대라는 게 그의 인식이다.


무엇보다 그는 과학이라는 콘텐츠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학원 재학 중인 2015년부터 동료들과 과학 콘텐츠로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했고 회사를 다닐 때도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방송 작업을 병행한 이유다. 그는 "칼세이건 박사의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나, 영화 인터스텔라 같은 과학 콘텐츠도 기존 미디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뉴미디어에서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플랫폼 중에 유튜브를 선택한 것은 지속 가능하게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같이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야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학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고, 이 일이 단순히 몇 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업(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초석들을 닦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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