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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심석희 사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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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보다 피해자 부각하는 기사 쏟아져…미투 보도가 오히려 ‘2차 가해’
체육계 미투 선정적으로 다루는 사이 퇴색되는 누군가의 용기

심석희 선수를 폭행해 국가대표팀 코치에서 제명된 조재범 전 코치가 지난 6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조 전 코치는 심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 고소된 상태다. 사진 = 연합뉴스

심석희 선수를 폭행해 국가대표팀 코치에서 제명된 조재범 전 코치가 지난 6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조 전 코치는 심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추가 고소된 상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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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국가대표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심석희 선수와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코치에게 상습 성폭행당한 사실을 고발하면서 체육계 ‘미투’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룰 보도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심석희 선수가 고등학생 때부터 자신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조재범 전 코치를 추가 고소한 사실이 SBS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6,300건 넘는 보도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범 전 코치보다 심석희 선수의 이름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신유용 선수 또한 지난 14일 보도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 당시 A 코치로부터 성폭행당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신 선수는 심석희 선수의 용기에 “대단히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이후 이 사건을 다룬 기사에서는 신 선수 SNS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한 뒤 선정적 제목을 부각한 보도가 계속됐다.

성폭력 사건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에 따르면 가장 먼저 주의사항으로 ‘피해자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가해자의 범행 수법을 자세히 묘사하거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항목과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는 주의사항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가 자신의 신상과 신분을 밝힌 상황에서 이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한 자극적 보도가 쏟아진 것이다.
과거 2012년 나주 아동 성폭력 사건, 이른바 ‘고종석 사건’ 당시 피해자의 신상 정보와 범행 사실을 경쟁적으로 상세히 보도한 언론사를 피해자 가족이 고소했고, 이후 재판부는 “언론사가 공개한 피해자 사생활 영역에 관한 사항은 불가피하게 공개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죄에 있어 사적 인물일 뿐”이며 “설령 공개된 사항들이 일반 대중의 정당한 관심사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관심이 피해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인격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경쟁적 보도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반성으로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그해 12월 성범죄 보도 피해 예방을 위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을 마련해 피해자 인권 보호와 배려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 서지현 검사, 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의 폭로 당시에도 일부 언론은 피해자의 직무 이력과 가족관계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기사를 쏟아낸 바 있다. 이에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지난해 2월 언론노보 기고문을 통해 “미투 운동의 확산이 필요하지만, 우리 언론은 여전히 충분히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두 선수의 폭로로 촉발된 ‘체육계 미투’를 둘러싼 언론 보도에 대해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나쁜 습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몰염치한 것이 바로 ‘트래픽 장사’”라며 “대부분의 관련 기사는 (원 보도를) 적당히 인용한 뒤 선정적 제목과 SNS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붙인 일종의 ‘상품’”으로 지적하면서 “체육계 미투를 지지한다면 선정적·자극적 보도를 멈추고 제대로 된 가해자 처벌과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보도에 치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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