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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내가 당할 수도” 생명 위협 시달리는 사람들

최종수정 2019.01.04 10:51 기사입력 2019.01.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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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야간아르바이트생 54.4% “폭언·폭행 당했다”
실효성 없는 알바생 안전 관련 법규…목숨 건 야간 근무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의료 현장에서는 보안요원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나도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되면서 야간 편의점 근무자 등 이른바 ‘안전 사각지대’ 에 놓인 이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4일 온라인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편돌이 하는데 새벽에 칼 맞고 뉴스 탈뻔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술을 사는 손님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는데 “내가 여기 몇 번을 왔는데 왜 얼굴을 못 알아봤냐”라는 말이 돌아왔다며 자신은 주말 야간에만 일해 그 시간대 단골 말고는 얼굴을 모른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손님이 ‘언제든지 사람 죽일 수 있다’ 라며 협박을 했다며 “다행히 두시간 뒤 범인은 잡혔으나 그는 조울증이 있어 그랬다고 진술해 지금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3일 뒤에 풀려난다”며 “형사한테 그동안 내가 보복받으면 어쩔꺼냐 물었더니 ‘그런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말라’ 말했다”고 전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이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는 등 아르바이트생들의 안전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긴급신고시스템 도입이나 안전교육강화 등의 대책은 겉돌고 있다. 비용 혹은 업주들이 설치에 무관심한 탓인데 이로 인해 실제 야간 아르바이트생 3명 중 1명꼴로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고 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



지난해 한 커뮤니티에 한 야간 편의점 알바생은 “뒤늦게 들어와 와인 진열장을 부수고 지갑이 없다며 난동을 부린 손님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

또 2016년 12월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중이던 알바생은 봉투 값을 놓고 시비 끝에 한 취객이 휘두른 흉기에 살해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편의점에서만 발생한 폭력범죄가 1543건에 이르며 201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40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중 54.4%가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할 곳조차 없는 작은 공간에서 심야 시간대에 홀로 근무를 하는 것도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 PC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모(24)씨는 “심야 시간대에 취객들이 PC방으로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한 주에 2, 3번 꼴로 발생한다”며 “가끔씩 ‘1시간 넣어 달라’고 협박을 하기도 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넣어주고 내 돈으로 채워넣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위험에 노출됐을 때 비상벨이나 내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물론 아르바이트생들의 안전확보를 위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는 ‘사업장의 근로자에 대하여 고용노동부령에 정하는 바에 따라 정기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라 ‘사고 발생시 긴급조치에 관한 사항을 교육해야 한다’는 내용은 명시돼 있지만,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일 경우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 때문에 사실상 아르바이트생들은 법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 서울시가 2014년부터 폐쇄회로(CC)TV가 있는 편의점을 대피소로 지정해 위험에 처한 여성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여성안심지킴이집’ 역시 실효성 논란을 면치 못했다. ‘여성안심지킴이집’에는 경찰의 ‘112긴급시스템’이 등록돼 있어 긴급 상황시 본사에서 제공한 무선벨을 누르면 즉시 경찰이 충돌한다.

하지만 사실상 ‘여성안심지킴이집’ 존재 자체를 모르는 여성이 대다수였고, 정작 해당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편의점 점주 역시 제대로 교육이나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홍보와 교육의 부족으로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운영된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에서 야간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야간 알바 3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24시간 편의점, PC방, 패스트푸드점 등에 비상벨 같은 경찰과 연결되는 긴급호출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또 카운터 뒤편에 도망가거나 숨을 수 있는 비상구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범죄 예방 설계 사업을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되도록 했다.

또 가맹점 노동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위해 가맹점 본부가 보험에 가입하는 걸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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