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편의점 알바생 사망 사건 항의집회…폭력·폭언 시달려도 안전대책 없어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정준영 기자]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 가맹본사 앞에서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주최로 집회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의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한 사과와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집회였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유가족들이 아직도 큰 고통을 겪고 있고,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또 본사가 수수방관하면서 알바생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4일 새벽 경북 경산의 한 편의점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손님 조모(52)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30대 알바생 A씨가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봉투값 20원을 두고 A씨와 시비가 붙었고, 화가 난 조씨가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A씨를 10여차례 찔렀다. 알바노조는 그동안 1인 시위 등을 통해 “유가족에 제대로 사과하고 안전대책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본사가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20대 여성 박모씨는 “편의점에서 봉투값 때문에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편의점은 실랑이하기 싫어 봉투값을 아예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 부천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김모(24ㆍ여)씨는 “성인인 척 술이나 담배를 사러온 청소년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면 욕설을 내뱉고 가는 경우가 있어 무섭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알바노조가 전ㆍ현직 편의점 알바생 36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67.9%에 달했다. 또 다수의 여성 알바생들은 “룸살롱에서 일하게 생겼다”거나 “10만원을 줄 테니 나랑 자자”는 등의 성희롱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손님들이 돈이나 먹던 아이스크림을 던지거나 어깨를 치는 등의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경찰백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편의점에서 평균 1만1300여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이중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등 강력범죄도 매년 평균 364건 일어났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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