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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은 정말 흑인보다 유전적으로 우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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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아버지’ 제임스 왓슨 “백인은 흑인보다 지능이 뛰어나며, 이는 유전에 의한 것”
‘우생학’에서 출발한 편견…지능 결정하는 것은 유전보다 ‘교육환경’

DNA(유전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과학자 제임스 왓슨(90)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가운데, 백인과 흑인의 지능차이를 유전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DNA(유전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과학자 제임스 왓슨(90)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가운데, 백인과 흑인의 지능차이를 유전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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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DNA(유전자) 구조를 밝혀내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과학자 제임스 왓슨(90)이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실제 백인과 흑인의 지능 차이의 유전학적 입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P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왓슨은 “흑인과 백인 사이엔 평균적인 지능차이가 존재하며, 이는 유전적인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앞서 지난 2007년 영국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진화의 역사에서 서로 다른 인종들이 동일한 지능을 가지리라 믿는 것은 희망일 뿐이다”며 “흑인을 고용해본 사람들은 내 말뜻을 알 것이다”고 말해 전 세계인의 공분을 샀다.

그는 해당 발언으로 자신이 40년간 이끌어온 세계 최고의 분자생물학 연구소인 미국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에서 정직 처분과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내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왓슨은 자신의 책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에서 격리돼 진화해 온 인종 간 격차는 존재할 수 있으며, 이성적 능력을 보편적 인간성의 유산으로 볼 근거가 희박하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왓슨의 이 같은 주장은 1883년 영국 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주창한 우생학(eugenics)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우생학을 뜻하는 단어 eugenics는 그리스어로 잘난(eu) 태생(genos)에 대한 학문을 뜻하는 합성어로 골턴은 우생학을 일컬어 ‘인종을 개선하는 과학’이라 정의했다.

이후 독일로 전파된 우생학은 인종 위생학(Rassenhygiene)으로 불리며 아리안 민족의 우월성을 공고히 하는 나치즘의 핵심 원리로 자리 잡은 뒤 이른바 허약자로 분류된 30만 명의 남성을 거세하는 이유이자 7만 명의 정신병환자와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간 우생학은 수많은 이민자들 사이에서 권력을 선점한 영국 이주 앵글로색슨족의 사회통제수단으로 활용돼 거세법과 인종차별적 이민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우생학에 대한 맹신은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취임 직후 한 “미국의 성공은 앵글로 색슨족의 우월한 피 때문이다”는 발언과 노예 해방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흑인의 평등? 허튼소리! 언제까지 그 무뢰한들이 이따위 저속한 선동을 계속 외쳐대고 천치들이 괴상한 주장을 떠들어댈 것인가” 라고 적은 메모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나치 독일 당시 유대인을 가려내기 위해 코의 크기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 wikipidia

나치 독일 당시 유대인을 가려내기 위해 코의 크기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 wikipi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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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유전학의 발달로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던 우생학은 1995년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찰스 머리와 정치학자 리처드 헤른슈타인의 책 ‘종형곡선(Bell Curve)’으로 다시금 도마 위에 올라 격론을 일으켰다.

이들은 책에서 지능 분포도를 그래프로 나타냈을 때 90~110의 중간 계층이 많아 종(鐘)형을 이루는데, 종의 하부인 75 미만의 저능인구 대부분이 흑인이며 이들의 낮은 지능은 유전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이들의 가난 역시 선천적이라는 주장을 펼쳐 국제적 비난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정말 우월한 지능은 유전자를 통해 결정되는 것일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 교수 데이비드 베이커는 “(지능 결정에 있어) 유전자나 환경이 독립 변수로 작용한다는 주장은 신빙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지능은 유전적 영향과 환경 간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고, 환경의 영향력에서도 특히 교육이 핵심적 요인이 된다”며 종형곡선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선 재미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DNA 분석을 통해 조상의 혈통 검사를 바탕으로 자신이 순수 백인임을 과학적으로 증명 받고자 나섰는데,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UCLA 대학 교수인 아론 파노프스키와 존 도노반의 논문에 따르면 가계 분석 검사에 참여한 백인우월주의자들 중 순수 백인임이 확인된 경우는 1/3에 불과하며, 나머지 2/3는 다른 인종이 섞여있다는 결과를 받고 내적 혼돈은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버지니아커먼웰스대 유전학 교수 케네스 켄들러는 2015년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 게재한 연구에서 “군 복무 중인 18세에서 20세 사이 스웨덴 남성 중 형제관계인 436쌍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입양 형제 가정에서 자란 두 사람 중 입양된 쪽의 IQ 점수가 친자보다 평균 4.4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종과 유전적 영향보다 입양 가정의 교육환경이 좋을수록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발표해 사실상 지능은 유전보다 교육환경을 통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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