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적자 구멍 '먹튀 외국인'
외국인·재외국민 제도 악용
보험취득 후 진료만 받고 출국
3년간 2만4773명…169억원
외국인 재정 수지 적자폭 증가
지역가입자 부정수급 208억원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미국 시민권자인 A씨는 백내장 증상으로 미국 병원을 찾았다가 엄청난 진료비에 기겁을 했다. 그의 결정은 '한국행(行)'. 한국에 거주하는 동생의 건강보험증을 대여해 1년여 동안 35회 진료를 받았다. 한국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그가 고국으로부터 얻은 부당 이익은 174만원에 달했다.
#건강보험 가입자 B씨는 사업장을 운영 중 외국인 종업원 C씨가 넘어져 부상을 당하자, 자신의 건강보험증을 빌려줘 진료를 받게 했다. C씨는 1년 가까이 12회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보험 재정에서 287만원 가량을 가져다 썼다.
외국인ㆍ재외국민의 건강보험제도 악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가진 허점을 파고 들어 재정을 불법ㆍ편법으로 빼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건강보험을 취득한 뒤 진료만 받고 출국해버린 이른바 '먹튀' 출국자는 2만4773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진료를 위해 공단에서 부담한 금액만 169억원에 달한다. 이런 '얌체 외국인'은 지난해 9183명으로 2015년 1만2366명보다 다소 줄었지만 1인당 진료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이 쓴 평균 진료비는 같은 기간 90만6000원에서 96만6000원으로 늘었다. 그만큼 돈이 많이 드는 치료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악용 사례가 가능한 건 외국인이나 재외국민도 보험 혜택을 볼 수 있게 한 제도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한국 체류 기간이 최소 3개월 이상인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경우, 전년도 지역 가입자 평균 건보료를 납부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복지 차원의 '좋은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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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외국인 지역 가입자 재정 수지 적자폭은 2015년 1242억원, 2016년 1735억원에 달했다. 이들이 낸 돈보다 '받아 간 혜택'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2010~2014년까지 재외국민 및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정수급도 20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환수율은 절반인 50%에도 못 미쳐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게 돼, 이 같은 '누수'부터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 강조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향후 국내 체류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여, 특히 피부양자 및 지역가입자 자격관리 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최소 체류기간(3개월)을 연장하는 방안과 외국인 피부양자 범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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