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허탈감만 남긴 '종교인 과세 결론'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국무회의에서 종교인 과세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26일, 기획재정부 앞에서는 시민단체들의 '기습 시위'가 열렸다. 종교투명성감시센터 등 18개 시민단체는 "개정안이 종교인에 대한 '특혜'로 변질됐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조만간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50년만에 이뤄진 종교인 과세가 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정부는 일단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모양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무회의 전인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단 내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제를 총괄하는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도 브리핑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임을 감안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설명도 일리는 있다. 첫 걸음마부터 완벽하게 걷는 아이는 있을 수 없다. 비틀거리면서도 균형을 잡아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정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종교인 과세를 두고 일부 종교계가 보이는 행태는 첫 걸음마를 내딛는 갓난아기의 서투름이라기보다는, 50살이나 먹어 놓고 한 번도 스스로 걸어 본 적 없는 '어른아이'의 칭얼거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도 모자라,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혜가 담긴 이번 개정안에도 '종교의 자유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에 담긴 혜택은 상상을 초월한다. 종교활동비라는 명목으로 종교인에게 지급된 돈은 액수에 상관없이 비과세하는 것이다. 종교활동비의 범위도 종교단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비과세 범위를 종교단체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비과세를 할 경우 항목이나 금액한도를 정해 놓는 것이 상식이다. 매년 직장인들이 연말정산 때 세금을 환급받기 위해 비과세 혜택을 눈 빠지게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만 해도 큰 혜택인데, 신고내용에 탈루가 있더라도 바로 조사받는 것이 아니라 '덜 낸 세금을 더 내라'고 세무관청이 미리 안내를 해 준다.
종교단체 회계도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민 눈높이를 맞추겠다며 종교활동비를 신고하도록 했지만 막대한 혜택에 비해 견제가 미미해 보인다. 열심히 일해 성실하게 소득세를 내는 직장인들, 세무조사 걱정에 덜덜 떨던 중소기업 사장들이 이를 보면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50년간 기다린 종교인 과세의 씁쓸한 결론은 '한국은 정직한 사람들만 손해보는 사회'라는 부정적 편견만 더 키운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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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발언도 이를 보면 잘 와닿지 않는다.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정부 고위직들의 말과 행실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 부총리는 모든 종교계를 돌며 의견을 경청하겠다더니 결국 일부 종교의 '떼쓰기'에 굴복했고, 국민 눈높이를 맞추라며 으름장을 놓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원안과 별 다를바 없는 수정안 통과에도 별 말이 없다. 정부는 시작에 의의를 두고 싶은 모양이지만, 동시에 '시작이 반'이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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