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콘텐츠 우대 방식으로 경쟁사 견제 가능해져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했다. 인수 규모는 524억 달러로 알려졌다.(사진=디즈니)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했다. 인수 규모는 524억 달러로 알려졌다.(사진=디즈니)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ICT 생태계의 대원칙 '망 중립성' 폐기는 곧장 통신ㆍ미디어 업계에 대대적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통신사와 미디어 업체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이는데, 통신사가 미디어를 보유할 경우 자사 콘텐츠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경쟁사를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산업 지형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통신사는 유튜브ㆍ넷플릭스 등 트래픽을 많이 차지하는 미디어 업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왔다. 통신사가 구축한 네트워크 설비 위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는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이들에 대한 접속 속도에 차별을 둘 수 없었다.


예컨대 미국 1위 통신ㆍ케이블 업체 '컴캐스트'는 2011년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NBC유니버셜을 인수했다. 당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 합병을 승인하면서 '기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제약을 걸었다. 즉 넷플리스와 NBC유니버셜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망 중립성이 사라지면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의 콘텐츠에 대해 차별적 속도로 서비스할 수 있다. 최근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사의 영화ㆍTV 스튜디오, 케이블ㆍ국제 TV 사업을 524억달러(약 57조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것도 망중립성 폐기를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


이와 동시에 통신사는 유튜브ㆍ넷플릭스 접속 때 기존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접속하도록 만들 수 있다. 또 네트워크 중단(속도 저하)을 무기로 경쟁사에게 더 많은 트래픽 사용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미 미국 통신사들은 지난해부터 자사 콘텐츠에 우월한 위치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해온 만큼 망중립성 폐지 효과는 조만간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해 AT&T는 가입자가 자사의 동영상 서비스 '다이렉TV'를 시청할 때 데이터 소진이 안 되는 식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망중립성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이에 대한 조사를 중단시키며 망 중립성 폐지 입장을 명확히 했다.

AD

미국의 정책 변화는 국내 ICT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통신사는 네트워크를 무기로 미디어ㆍ인터넷 업체에 더 많은 망 사용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서도 통신사와 케이블 TV, 미디어 업체 간 인수합병의 물꼬가 터질지 주목된다. 2015년 SK텔레콤은 미디어 플랫폼 강화를 위해 케이블 사업자 CJ헬로를 인수하려 했지만, 정부의 불허 결정에 무산된 바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당장 망중립성 폐기를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통신사가 자사 서비스에 특혜를 주는 등 서비스간 속도 차별을 줄 수 있어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인수합병 활성화 부분은 소유ㆍ겸영 규제가 있어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한 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의 33.3%를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제는 내년 6월 일몰로 자동 폐기된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