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영토 넓히는 韓…러시아·중국과 경협 활성화
러시아 교역규모 1.5% 그쳐…수산·농업 등 다변화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新)북방정책은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번번이 중단됐던 러시아와의 협력사업을 경제를 통해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중국과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해상 실크로드) 협력 증진을 통해, 러시아와는 신북방정책을 통해 경제 영토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정책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7일 KOTR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해외투자 규모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2%(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전체 교역 규모 역시 러시아 비중은 1.5%에 그쳐 세계 경제 규모 11위인 한국과 12위인 러시아의 교류치고는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한ㆍ러 교역동향을 보면 2015년 기준 러시아로의 수출은 46억9000달러로 전년 대비 53.7%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도 113억1000달러로 27.8% 줄었다. 지난해에는 51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해 소폭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자동차, 차량부품 수출비중이 40%를 차지하고 있어 수출 품목 다변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수산, 농업, 전력, 철도, 북극항로, 가스, 조선, 항만, 산업단지 등 9개 분야에 걸쳐 러시아와 협력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 조선, 섬유 등 주력산업이 성숙기에 도달한 데다 중국 성장 둔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이 절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3년 만에 재진입이 예상되는 '무역 1조달러'를 넘어 추가적인 무역확대를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에 집중돼 있는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신북방정책을 계기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 중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이 우리나라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AEU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독립국가연합(CIS) 내 5개국으로 구성된 경제공동체다. 원유,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인구 1억8000만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관통하고 있어 잠재력이 큰 유망 신흥시장이다.
정치가 아닌 경제에 무게중심을 둔 움직임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내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 때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대일로의 중심무대인 충칭(重慶)시를 방문한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정책이다.
중국 구상대로라면 일대일로로 연결되는 나라의 인구는 44억명, 국내총생산(GDP)규모는 2조1000억달러로 세계 인구의 63%, 세계 GDP의 29%를 차지할 전망이다. 한국이 일대일로 구상에 적극 호응해 관계개선에 나설 경우 한국의 경제영토를 확대ㆍ다각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남북분단으로 육로가 막혀 해상, 항공에 물류를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안정적인 육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허영재 북방경제협력위원회 팀장은 "북한 등 국제정세에 따라 북방정책의 기조가 변하는 등 지속적인 정책추진에 한계가 있었다"며 "더 이상 남북관계에 종속되지 않고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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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치를 넘어선 경제협력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미국이나 일본과 정책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기존 '아시아ㆍ태평양 전략'을 대체해 '인도ㆍ태평양 전략'이라는 새로운 아시아 정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인도ㆍ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 인도 등 미국의 동맹국 및 우호국의 광역적인 안보ㆍ경제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한발 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본격적인 참여방침을 밝히거나 북한 리스크 고조 시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중간자적 균형을 잃을 경우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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