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직접 요구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 원유 공급을 끊어줄 것을 요구했다는 니키 헤일리 유엔(UN) 주재 미국 대사의 언급에 대한 평론을 요구받고 이런 입장을 피력했다.

겅 대변인은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여러 차례 대북 결의를 통과시켜 북한을 제재하고 있다"며 "중국은 유관 결의가 전면적이면서도 완전하게 집행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어 "중국은 안보리에서 통과된 대북 결의를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집행하며 우리가 해야 할 국제 의무를 마땅히 이행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추진하고 평화·안정 유지와 대화·협상을 통해 유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겅 대변인은 아울러 "한반도 핵 문제는 최종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방식으로만 적절히 해결할 수 있다"면서 "무력 사용과 군사 옵션은 효과적인 선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긴급 소집된 안보리 회원국 회의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입장차가 뚜렷했다. 헤일리 대사가 원유 금수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중국은 부정적 견해로 맞섰다. 우하이타오(吳海濤) UN 주재 중국 차석 대사는 "중국은 안보리 결의안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면서 "대북 제재 결의가 적절한 수준의 인도주의적 활동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측의 원유 금수 요구에 즉답을 하지 않았지만 대북 원유 공급은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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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는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류 공급 30% 차단'을 비롯한 대북 결의안 2375호를 채택했다. 이는 정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원유 공급은 사실상 현행 수준에서 동결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함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중국 측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중국은 러시아를 우방으로 끌어들여 안보리 제재 수단에서 이를 제외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핵 보유 절대 불용을 원칙으로 견지하면서 UN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독자 제재가 어렵지만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중국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원유 공급량을 일부 축소하는 방식으로 성의를 표시하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UN의 깃발 아래 이뤄지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당장 원유 공급을 막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양국을 잇는 마지막 수단이고 추후 북·중 관계 복원 시 송유관 재개통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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