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뭉칫돈 '10억 초과 계좌' 사상최대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1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예금 계좌 잔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뭉칫돈이 저축성예금에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잔액 10억원이 넘는 저축성예금 규모는 총 480조433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454조5460조원) 대비 5.6% 증가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잔액 10억원을 넘는 저축성예금 계좌는 약 6만개에서 6만2000개로 늘었다.
저축성예금은 예금주가 일정기간 동안은 돈을 회수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은행에 예치하는 돈이다.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등이 포함된다.
10억원 이상 고액 계좌의 증가세는 소액 계좌에 비해 두드러진다. 1억원 이하 계좌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말 399조236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411조340억원으로 2.9% 증가하는데 그쳤다.
고액계좌 증가세는 2014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2014년 상반기 379조6590억원이었던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 규모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늘어 3년 만에 26%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1억원 이하 저축성예금 규모는 6% 증가하는데 그쳤다.
고액 계좌는 주로 개인보다 기업이 많이 이용한다. 경기 호전으로 수익성이 좋아진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자금을 은행에 넣어두며 고액 계좌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 상위 100대사 가운데 신규상장사와 금융사 등 28개사를 뺀 72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115조7462억원으로 2012년 말보다 54% 늘었다.
조사대상 기업의 자산총액은 같은 기간 1390조6000억원에서 1907조9000억원으로 37.2% 증가했다. 기업들의 자산총액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보다 현금성 자산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것은 돈을 쌓아둔 채 투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린 영향으로 시중통화량(M2)도 사상 최대 규모인 2491조원에 달했지만 통화의 유통속도는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돈맥경화가 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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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관계자는 "10억원 초과 예금의 경우 개인보다는 주로 기업이나 정부기관 등이 예금주인 경우가 많다"며 "최근 기업예금 증가가 고액계좌 규모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고액예금 잔액 증가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들어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작년대비 10% 이상 늘리는 등 기업 투자가 늘고 있다. 기업 투자가 활발해지면 예금 증가세는 차츰 둔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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