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디자인 부서가 없는 기업ㆍ기관에서 특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원하는 내용은 주로 '디자인이 무엇인가'라는 다소 개괄적인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대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오늘날 우리 삶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디자인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고 몸에 닿는 것,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 등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디자인으로 시작된다. 일상생활만 보더라도 일하는 장소에서는 작업자의 능률을 높이는 도구와 장비가, 휴식 장소에서는 더욱 편안함을 제공하도록 하는 공간 자체가 디자인과 연관돼 있다. 도로에서 목적지를 쉽게 찾아가도록 하는 안내시스템과 교통 관련 시설의 편리성과 안전도 디자인 몫이다.
최근에는 범죄예방, 의료서비스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나 공공기관의 행정ㆍ정치에도 디자인이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이제 디자인은 '모양을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벗어나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즉 디자인은 제품과 공간ㆍ행정ㆍ사회문제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여해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하고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수단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대량생산 시대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1980년대에는 기술과 경영 혁신에 힘입어 통합품질관리 시스템을 추진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통합디자인관리 시스템 시대를 맞았다.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지식정보화 시대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시대에 디자인은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고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의 역사는 매우 짧으며 관련된 교육 경험 또한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상당히 많다. 이것은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디자인 DNA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복만 봐도 그렇고 전통목기ㆍ도자ㆍ자개ㆍ나전칠기ㆍ매듭ㆍ한지 등도 자랑할 만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훈민정음 또한 세계가 극찬하는 우리의 자산이다.
짧은 디자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지금의 디자인 수준을 갖출 수 있는 배경에는 제도와 시스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산업디자인진흥법이 1977년 제정됐으며 이는 개정을 거듭하며 발전했다. 근래에는 공공디자인진흥법도 제정됐다. 또 디자인 지원 조직과 기구가 전국에 다양한 현태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디자인센터ㆍ디자인재단ㆍ디자인플라자 등도 다양한 디자인 진흥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디자인 전담부서가 있고 정부 각 부처마다 디자인 관련 사업이 추진된다. 지자체에도 디자인 부서가 설치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해외 디자인 강국을 비롯해 대부분 나라는 매년 디자인 전시회를 개최한다. 영국의 100% 디자인전, 프랑스의 매종&오브제 등 자국의 디자인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고 세계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시장경제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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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자연 자원의 종류는 많지만 경제적 가치가 종류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자원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개척 가능한 지식기반의 창의 산업이다. 디자인의 힘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 디자이너의 무한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한국 디자인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큰 꿈을 그려본다.
이경돈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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