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흔적 없애려 "우리 아이도 피해자" 적반하장 부모 '패소'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친구를 일방적으로 폭행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로부터 사회봉사명령 등의 처분을 받은 고등학생의 부모가 "우리 아이도 피해자"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가해 학생 부모 측은 자녀의 학생부에 기재될 '주홍글씨'를 우려해 이 사건을 쌍방폭행으로 몰아가 징계를 무효화하려 했다. 최근 이처럼 학폭위 징계처분에 불복해 제기하는 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이원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도에 위치한 A사립대학 부속고등학교 학생 B군이 학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사회봉사명령 및 수강명령 조치결정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B군은 지난 2월 학교 미술시간에 같은 반 학생인 C군이 "내 패딩 점퍼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패딩을 바닥에 던진 후 C군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
C군은 일방적인 폭행으로 쌍코피가 나고 코뼈와 위턱 부위가 부어올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에 학교 측은 학폭위를 열어 같은 달 10일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B군에게는 사회봉사 5일과 특별교육이수 4시간 조치를, B군의 부모에게는 특별교육이수 4시간의 조치를 취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B군의 부모는 피해 학생과 부모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B군도 피해학생으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B군이 폭행을 하게 된 것은 C군이 먼저 친구들 앞에서 패딩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B군의 목을 눌러 모욕을 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이처럼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부모들이 본인 자녀의 학생부에 남게 될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학교 측을 상대로 무리한 주장을 하며 소송까지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의 '학교 행정 소송 현황'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자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이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이 최근 3년간 169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은 2014년 35건에서 지난해 77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가해 학생이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게 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돼 추후 진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무리를 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가해 학생의 징계 무효 재판의 경우 무엇보다 가해 학생의 반성과 화해 정도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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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B군은 학교폭력에 관한 진술서를 작성한 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그 부모 역시 피해 학생과 부모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B군도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학생과 부모 역시 가해 학생이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났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화해의 정도가 낮은 수준"이라며 "학교의 처분이 B군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거나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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