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좋은 아침입니다." 분명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눴는데…. 무미건조한 언어가 허공을 맴돈다.
10일, 직장인들은 평소와는 다른 화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열흘 전 사상 최대의 추석 연휴가 시작될 때만 해도 다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휴가'는 끝이 났다. 연휴가 길었던 만큼 몸과 마음에 누적된 피로는 상당하다. 명절 때는 친척이라는 틀로 맺어진 위계질서에 자신을 끼워 맞춰야 한다. 수직관계 특유의 경직된 환경에서는 부당한 상황을 경험하더라도 제대로 항변하지 못한 채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다.
친척들은 서로 다른 공간과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행동할 때도 있다. 취업은 했는지, 결혼은 왜 안 하는지, 공부는 잘 하는지, 돈은 잘 버는지 등 안부를 겸한 물음이 상대에게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명절은 '억지웃음'을 지어야 하는 감정 노동자의 비애를 전 국민이 공유하는 시간이다. 한국 특유의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상대적인 약자인 여성은 더욱더 그 위험에 노출된다. 해마다 이맘때면 명절 증후군이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로 떠오르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추석 장보기부터 각종 음식준비, 손님맞이 상차림과 그 뒤처리를 이어가다 보면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여러 어른과 지내다 보면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몸과 마음의 피로는 쌓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단은 마땅치 않은 환경, 가정 해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신호다.
명절을 전후로 해서 이혼신청 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된 결과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하루 평균 이혼신청 건수는 298건이다.
그런데 설날과 추석 명절을 전후로 한 10일 동안에는 하루 평균 577건의 이혼신청이 접수됐다. 명절 때는 평소보다 1.9배 많은 이혼신청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명절의 상처 때문에 차갑게 식은 배우자 마음에 온기를 전할 방법은 없을까. 고가의 선물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감정선을 건드릴 다른 방법도 있다.
연애 시절 추억을 되살려 '손 편지'를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다 늙어서 주책이라는 핀잔을 받을지 모르지만 편지를 전하는 그 순간만큼은 배우자 얼굴에 '진짜 웃음'이 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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