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정한 '4강 대사' 중 가장 먼저 아그레망을 받은 사람은 노영민 중국대사다.
중국이 노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부임 전부터 길들이기를 하는 건 아닌가하는 외교가 일각의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던 셈이다.
'만만디' 중국이 가장 먼저 관련 절차를 끝내고 아그레망을 줬다는 것은 대통령의 측근인 노 대사에 대한 중국 측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반영됐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대선 직후 중국 대사로 내정되고도 주변 4강 대사 인선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약 5개월 정도 대기하다 부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오래 기다린 만큼 노 대사의 의욕도 넘칠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도 성사시키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촉발된 중국 측의 보복도 하루 속히 풀고 싶을 것이다.
의욕이 앞서다 보니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노 대사는 연휴 전 외교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사드 보복 때문만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당장 야당의 임명 철회 공세에 시달려야만 했다.
부임을 앞둔 대사의 의욕을 나쁘게 볼 수는 없지만 의욕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노 대사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드는 단순히 한중관계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는 동북아의 전략적 상황과 맞닿아 있다. 약소국의 대사가 풀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오래 근무한 외교부 당국자들은 노 대사가 서두르지 말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이유 뿐 아니라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서두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노 대사는 이날 간담회 말미에서 "사실은 걱정된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는 "왜 (걱정이) 안 되겠냐. 반드시 풀어야 하기 때문에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가려고 한다"면서 "그런 긍정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타지로 떠나는 외교관의 무거운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중국의 수교를 성사시킨 헨리 키신저는 그의 저서 '중국에 관하여(On China)'에서 "어느 정부나 그들만의 외교정책을 재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의 성공 방식을 따르지 말고 각국이 처한 상황에 맞는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 대사가 우리 외교현실에 맞는 외교 행보로 성공한 중국대사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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