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이병헌 "액션신보다 강렬하고 뜨거운 대사, 우리 영화의 힘"
이병헌이 세 번째 사극, 실존 인물 최명길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김훈 작가의 원작 '남한산성'을 영화화한 이야기로 380년 전, 그날의 약소국 서러움을 최명길의 숨으로 토해냈다.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남한산성'은 요즘 자극적이고 스펙타클한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극장가에 웰메이드 사극으로 마운드 위에 섰다. 인물들의 캐릭터, 포지션, 완벽한 대사, 설경, 격투신까지 허투루 만든 장면이 없다. 하지만 오락적 재미에 이미 맛을 들인 관객들이 '남한산성'을 어떻게 볼 지는 아직 미지수다.
"예전에는 '남한산성' 같은 호흡, 결을 가진 영화들이 적지 않았는데 요즘은 자극적이고 센 영화들에 익숙해져 있어 다르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전 확실히 이 영화가 가진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흥행으로 결과가 나올지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지 모르겠지만 '남한산성'에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함을 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남한산성'은 최명길과 김상헌의 대립하는 과정이 긴장감이 넘친다. 최명길-인조-김상헌이 펼치는 주장은 허투루 흘릴 대사가 없을 만큼 철학적이고, 아름답다. 신념의 대립이다. 최명길과 김상헌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같으나, 방법론이 달랐을 뿐이다. 같은 목적을 두고 양 극단의 팽팽한 대립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홀릴 것으로 보인다.
"워낙 다른 작품에 비해 대사가 많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냥 지나칠 대사가 없어요. 상헌과 나누는 대사나, 왕과 나누는 대사들은 화려한 액션신보다 강렬하고 뜨거웠어야 했어요. 대사가 중요했어요.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니까요."
이병헌의 최명길은 누구보다 부드럽지만 그 안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품고 있다. 바닥을 보며 이야기 하던 그가 허리를 세우고 김상헌과 절정의 대립신을 연기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명길은 소신이 단단하지만 표현은 은유적으로 차분하게 해요. 대본이 워낙 완벽해서 관련한 상의는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감정을 토해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어요. 그 신에서 명길이 여전히 우회적으로 하더라고요. 한 번 쯤은 직구를 날리는 느낌으로 하고 싶었어요. 그 때 명길이 처음으로 상헌처럼 이야기하는 느낌이죠. 그 때 가장 통쾌했어요."
'남한산성'은 최명길과 김상헌의 주장 중 누가 옳고 그르다, 누구의 뜻으로 흘러가는지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명분이 명확하지만 다른 방법을 주장하고 있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누구라도 쉽게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최명길과 김상헌의 주장이 헷갈리는 분도 있고, 선택하지 못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누가 도 옳은가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서글픔을 이야기하는 영화죠. 처음 시나리오 읽고 저도 어느 쪽으로도 기울질 않았어요. 상헌을 연기하라고 했으면 흔쾌히 또 했을 겁니다. 만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게 대전제니까요. 정치 색깔과 상관없이 울림이 컸어요."
이병헌은 김윤석과 함께 연기하며 긴장을 했다고 밝혔다. 두 배우의 만남은 관객들도 긴장하게 만든다. 이병헌이 생각하는 김윤석은 어떤 배우일까.
"김윤석 씨는 뜨거운 배우예요. 떨림과 열이 느껴져요. 제가 예상했던 느낌과 다르지 않았어요. 대사를 할 때마다 포인트와 호흡이 달라져서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제가 순발력 있게 안하면 호흡이 이상해질 것 같았거든요. 저와는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배우예요."
'남한산성'은 최명길과 김상헌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인조(박해일), 날쇠(고수), 이시백(박희순)의 포지션도 잘 나눴다. 특히 날쇠 역을 맡은 고수가 키맨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고수 씨는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어요. '남한산성' 캐스팅이 완성되고 고수 씨한테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해줬어요. 고수에게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부딪쳐 보고자하는 열정이 느껴졌어요."
이병헌은 '남한산성'의 흥행과 작품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느 쪽이든 이병헌에게 '남한산성'은 의미와 울림이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흥행은 아쉽더라도 좋은 영화라고 인식되면 긴 시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잖아요. 그것 역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니 어느 쪽으로든 제겐 의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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