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더 바빠요②]"승객들이 행복하면 됐죠"…연휴 잊은 지하철 기관사
가장 보람 느낄 때는 승객들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 건넬 때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연휴에도 안전운행, 정시운행 등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추석 당일인 4일에도 어김없이 2호선 기관차를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이종원(45) 기관사의 다짐이다.
23년차인 이 기관사는 직업 특성상 연휴나 명절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정부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해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며 승객들을 위해 나와서 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관사가 일하는 동대문 승무사업소 경우 연휴 때마다 신청을 받아 제비뽑기 등 추첨을 통해 휴가를 정한다. 지난해 추석 때 휴가에 당첨됐던 이 기관사는 올해 추첨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에 쉬었는데 올해 또 신청해서 가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쉴 수 없으니 올해는 근무하는 걸로 결정했다"고 얘기했다.
하루 근무하면 보통 2호선 세 바퀴를 돈다.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30분이 조금 넘는다. 거리로 따지면 총 150㎞ 정도다. 보통 전반에 두 바퀴를 타고 후반에 한 바퀴를 운행한다. 중간에는 밥을 챙겨 먹으며 쉬기도 한다.
연휴에 일하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남들이 쉴 때 같이 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나는 프로'라고 새기며 일에 집중한다. 이 기관사는 "연휴에도 승객들의 행복을 위해 달린다. 저는 고향에 못 가더라도 지하철을 타는 분들은 고향에 갈 수 있으니 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가족들도 연휴에 일하는 이 기관사를 잘 이해해준다. 그는 "20년 넘게 일하다보니 가족들도 이해하고 있다"며 "그런 가족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관사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승객들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따뜻하게 건넬 때다. 간혹 수고한다며 음료수를 주는 승객들도 있다. 이 기관사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승객들이 칭찬해주면 기분이 좋다"며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에 피로가 날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요즘은 승강장마다 안전문이 있어 승객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
반면 승객들의 너무 잦은 민원은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이 기관사는 "하루에도 '춥다', '덥다' 민원이 여럿 들어온다. 특히 두 민원이 동시에 들어올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며 "아주 약간만 배려해주시면 좋겠다. 기관사들도 안전하고 신속하게 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추석 연휴에 지하철 막차 연장운행을 하지 않는다. 10일 동안의 추석 연휴로 귀경객이 분산돼 귀경수요가 예년 대비 50%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봐서다. 다만 심야 올빼미버스 9개 노선 70대와 심야 전용택시 2580대는 정상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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