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면세강국①]'12兆 시장의 위기'…脫공항 고민에 빠진 업계
천문학적 금액의 공항면세점 임대료 납입에 '위기'
업체들의 공격적 입찰 탓이라지만…"그 당시 전혀 예측못해"
정부의 무리한 특허 발급도 실적악화에 영향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연매출 12조원을 웃도는 국내 면세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한반도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라는 국방·외교적 결정과 그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 갑자기 수가 뛴 시내면세점 등 외부 환경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이 때문에 천문학적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는 공항 면세점에서 사업자들이 잇달아 이탈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에 면세점을 운영중인 롯데, 신라, 신세계 등 3개 업체는 이달부터 내년 8월까지 1년 간 총 1조159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 측에 납부해야 한다. 롯데가 약 7740억원, 신라 2980억원, 신세계 870억원 수준이다. 이들은 매달 20일 월납 형태로 임대료를 내게 된다.
각 업체들은 이 같은 고액의 임대료 영향으로 올해 3분기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롯데가 지난 2분기 298억원, 신세계가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달부터 매월 645억원을 임대료로 납부해야 하는 롯데면세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회사가 공사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임대료 인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매장을 폐점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전후 상황을 봤을 때 폐점 결정은 쉽지 않다. 1개월치 임대료만 패널티로 내면 공항면세점 특허 포기가 가능했던 한국공항공사의 임대차 계약과는 달리 인천공항공사는 중도 해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고액의 보상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3기 사업자 선정 당시 인천공항공사와 업체 간 체결한 임대차계약에 따르면 각 입점업체는 계약기간의 절반 이상이 경과된 이후라면 마지막 해의 월 최소보장액 3개월분과 부가가치세를 공항공사에 납부하고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3기 사업자들은 내년 2월이면 계약기간의 절반을 채우게 되고, 그 이후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 5년차 월 임대료를 감안했을 때 롯데는 3000억원 이상의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 아울러 향후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중도 포기 이력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조 단위의 연매출도 포기해야 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총 1조14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내면세점 등을 포함한 전체 매출(5조4549억원)의 21% 수준이다. 비록 이익은 나지 않고 있지만, 브랜드와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 물량이 가격산정의 핵심 요인이 되는 만큼 폐점시 연쇄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공항면세점 운영에 큰 매력이 없다는 데에 업계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예전처럼 국내 면세점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추세가 아닐 뿐더러, 사드 악재가 해소된 이후에도 예전 수준의 매출성장은 보장되지 않는다.
내년 상반기부터 신세계 강남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이 순차적으로 문열면 전국 시내면세점 수는 2013년 17개에서 24개로 급증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공항면세점의 실적 부진도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 사업자들의 실적을 합한 국내 면세시장 규모는 12조2757억원이다. 이 가운데 시내면세점 매출이 8조9085억원, 출국장 면세점이 2조7741억원을 차지한다. 나머지(5923억원)는 외교관 전용 등 지정면세점에서 매출이 발생한다.
출국장 매출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2011년 38%, 2012년 37%, 2013년 34%, 2014년 30%, 2015년 26%, 지난해 22%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여행 시 면세품을 구매할 때 공항에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수년 전 부터는 인터넷이나 시내 등에서 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도 모두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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