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로 표방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계획에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에 반대 의견을 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비급여' 항목을 보험적용 즉 '급여'로 전환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재정 부담을 의료계에 떠넘기게 될 것이란 우려다. 비급여 항목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정해진다. 그런데 이를 급여로 전환하려면 정부는 공식 가격(보험수가)을 정해야 한다. 이 때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책정되는 상황을 의료계는 우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료의 질은 하락하고 의료쇼핑이 만연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의료산업에 미칠 부작용이다. 의료산업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특히 의료기기나 바이오산업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다. 따라서 문재인 케어가 의료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
건강보험에서 비급여의 급여 전환은 환자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킨다.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좋아져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소비가 늘고 의료산업이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제나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날 것이다. 이들이 건강보험이라는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절차나 과정은 지금도 매우 제한적이고 까다로운데 이것이 더 심화될 것이란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서 새로운 의약품이나 의료서비스는 우선 비급여로 책정돼 시장에 들어온다. 이후 경험이 누적돼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되는 과정을 밟는다. 예를 들어 '로봇수술'은 현재 비급여 항목으로 환자가 100% 부담하는 신의료기술이다. 건강보험이란 제도권에 있지 않아도 수요만 있다면 병원이 도입해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기 개발사와 병원은 이런 신기술에 투자하고 활용할 유인을 갖는다. 즉 신기술을 비급여ㆍ급여와 관계없이 시장에 바로 도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의료산업 발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가 시행돼 '비급여 시장'이 엄격하게 제한되면 로봇수술과 같은 신의료서비스를 만나는 일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야 하며 시간과 돈이 적잖이 필요하다. 시장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연구개발 시도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현대 의학이 큰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질환이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중증암에 걸린 환자가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이들은 아직 개발단계에 있거나 막 개발을 마친 신약이나 치료법, 의료기기에 한 가닥 희망을 걸게 된다. 그러나 이런 수요와 새로운 의학이 만나는 접점을 없애버린다면, 환자들은 신기술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외국으로 의료망명을 떠나야 할 것이다.
문재인 케어가 의료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국내외 혁신 치료법과 의료기술이 신속하게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건강보장성 강화라는 토끼는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신약과 신의료기술을 애타게 기다리는 많은 환자 그리고 새 시장을 보고 혁신을 추구하는 의료산업계에는 눈물만을 남겨줄지 모른다.
이강현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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