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거장 월터 살레스의 로드무비 두 편

중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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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중앙역. 온갖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기차역 한 구석에서 삐걱거리는 책상에 앉아 글을 모르는 가난한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며 돈을 버는 도라. 그녀는 한때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었지만 지금은 괴팍하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노처녀로 늙어 가고 있다. 그녀에게 대필을 부탁하는 손님들은 가지각색이다. 교도소에 있는 남편에게 "모든 걸 용서하고 사랑한다"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 아파트 열쇠까지 훔쳐간 배은망덕한 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는 노인, 하룻밤을 함께 보낸 여인에게 그날 밤 이후로 당신만을 생각한다는 순진한 청년, 주소도 잘 모르면서 어느 동네 빵집 옆 게 번째 집에 편지를 보내달라는 사람도 있다. 꿈과 희망과 그리움을 담은 순박한 문맹들의 사연들이 도라에게는 그저 주절주절 읊어대는 하소연일 뿐. 언제나 그렇듯 대충 갈겨쓴 뒤 그 편지들을 집에 가져가 이웃집 친구와 조롱하듯 큰소리로 읽으며 한바탕 깔깔대고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녀는 보내지 않을 편지를 써주며 가난한 이들의 돈을 갈취하는 사기꾼이다.


어느 날, 어린 아들(조슈에)과 함께 나타난 아나라는 여자는 자신을 떠난 남편에게 보내고 싶다며 '당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고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한다' 는 편지를 도라에게 부탁한 뒤 기차역을 빠져 나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날 이후 고아가 되어버린 조슈에는 중앙역 주위를 맴돌며 거지처럼 지낸다. 그를 지켜보던 도라는 갈 곳 없는 조슈에를 집으로 데려가 밥을 먹이고 잠도 재워 준 뒤 입양기관을 사칭하는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리모컨 달린 텔레비전을 새로 장만하며 기뻐한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보며 뿌듯하던 마음은 어느새 죄책감으로 바뀌고, 날이 밝자마자 도라는 인신매매단을 찾아가 필사적으로 조슈에를 구하고, 둘은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일이 이렇게 되자 조슈에의 아버지를 찾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고속버스에 타는 두 사람. 조슈에는 자신을 팔아넘긴 도라를 나쁜 사람이라며 싫어하고 도라는 조슈에를 구한 자신의 행동이 후회스럽고 아이가 짐처럼 부담스럽다. 여행 내내 서로에 대한 미움만 커져간다. 그러나 돈이 떨어지고 차를 얻어 타는 처지가 되자 그들은 어느 샌가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힘든 여행길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통해 마음을 연다. 그 믿음은 나이차를 극복한 우정을 넘어 엄마와 아들의 사랑처럼 변해 간다. 두 사람은 조슈에의 아버지를 찾지는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전 처와의 사이에 낳은 형제들이 사는 집을 찾는다. 처음 본 동생이지만 그를 아끼는 이복형들과 그들을 잘 따르는 조슈에를 보고 안심한 도라는 다음날 조슈에 몰래 새벽 버스를 타고 떠난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조슈에에게 편지를 쓰는 도라. 언제나 남의 이야기만 대필하던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 편지는 꼭 보낼 거라는 약속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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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르네스토는 아르헨티나의 화목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며 부모와 동생들을 사랑하는 부족할 것 없는 스물세 살의 의대생 청년이다. 그는 괴짜 친구이자 생화학자인 알베르토와 함께 오랫동안 계획한 꿈의 여행길에 오른다. 4개월간 8000㎞.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 최남단까지 그리고 칠레국경을 넘어 안데스 산맥을 통해 북쪽으로 향하여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까지 '포데로사'라고 이름까지 붙인 낡은 오토바이 한대로 대륙을 횡단한다. 일기장에 '여행의 목적이나 방법은 대책 없다'라고 쓰고 시작한 이 여행은 상상과 달리 낭만적이지도 순탄하지도 않다. 절대 거짓말을 못하는 에르네스토와 어떻게든 거짓말을 만들어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알베르토의 갈등은 여행 내내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포데로사는 걸핏하면 고장이 나고 끝내는 소떼와 충돌해 고물이 되어 버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천식을 앓는 에르네스토는 고된 여행 때문에 상태가 악화되어 앓아눕기까지 한다. 그래도 여행을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두 사람은 심기일전하여 걸어서 가기로 결심한다.

이들은 칠레의 광산에서 만난 토착민 부부에게서 공산당원이라는 이유로 살던 곳에서 쫓겨난 신세로, 먹고 살기 위해 신분을 숨긴 채 광산 일을 찾아 한참이나 여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이 에르네스토 일행에게 왜 여행을 하는지 묻자 둘은 머뭇거린다. "그냥 여행을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에르네스토의 대답을 토착민 부부는 이해하지 못한다. 에르네스토는 그들과의 만남 이후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페루에서 만난 의사의 추천으로 나병 환자들을 격리해서 치료하는 산파블로 섬에서 환자들을 돌보게 되고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자신의 생각을 굳힌다.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주의와 불공평한 계급사회 그리고 서민들의 빈곤에 맞서 하나 된 남아메리카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3주간 머문 산파블로 주민들이 선물로 만들어 준 뗏목을 타고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까지 계획했던 여행을 끝낸 두 친구는 뜨거운 포옹을 한 뒤 각자 다른 길을 찾아 헤어진다.


이 이야기는 훗날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을 성공시킨 뒤 쿠바의 2인자 자리를 박차고 남아메리카의 게릴라 지도자로 전장에서 숨진 혁명가 체 게바라가의 젊은 시절의 여행기이다. 이 여행을 통해 그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그가 혁명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편한 삶을 뒤로 한 채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며 살 수 있었던 이유를 이해하게 도와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위 두 작품을 연출한 월터 살레스 감독은 젊은 시절 브라질의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였다. '중앙역'이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의 작품에는 로드 무비가 유난히 많은데,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한 인간이 변화하고 자신의 참 모습을 찾는 과정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객원기자


[배연석의 Cine Latino]중앙역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원본보기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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