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파동으로 오명 쓴 '국민 먹거리'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닭이며 계란이 무슨 죄인가 싶어요. 결국 사람 욕심 때문에 닭들만 고통 받네요".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살충제, 농약성분 검출까지 양계 농장을 둘러싼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싼 값에 계란을 생산하고, 또 소비하겠다는 욕심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식품당국은 전국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451만개를 압류하고 농가로 반품된 243만개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위해평가 결과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것은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앞서 AI 발생 때에도 대규모 살처분과 폐기가 잇따랐다. 첫 AI는 2003년 12월 10일 충북 음성에서 발생했다. 당시 528만5000마리의 닭 등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이후 AI가 한 번 발생하면 100일 정도 지속되며, 매년 수백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를 파묻는 일이 일상이 됐다. 특히 2014년부터는 여름철까지 AI가 지속됐다. 2016~2017년에 살처분된 가금류 수만 해도 3807만6000마리에 달한다.
최근의 살충제 사태로 계란 소비는 반 토막 났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의 계란 매출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소비 감소로 도매가격은 25% 가까이 폭락했다.
유통업체들은 소비 회복과 농장주들의 운영난을 감안해, 계란값을 일제히 낮추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2일까지 6980원이었던 알찬란(대란) 30구(한 판)의 소비자가를 이날 6480원으로 500원 내렸다. 홈플러스는 한 판에 7990원에 팔던 계란을 6980원으로 1010원, 롯데마트는 6980원이었던 계란 한 판을 6380원으로 600원 인하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이처럼 닭이 오염된 흙에서 목욕하거나 먹이를 쪼아먹는 과정에서 DDT를 비롯한 독성 성분을 섭취하거나 살충제 성분에 노출됐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부 지연희(38)씨는 "닭고기나 계란은 거의 매일 섭취하는 국민 먹거리인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토록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면서 "특히 토양에 남아있는 농약이 십수년 후에도 작물에서 검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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