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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울려도 '무관심'…형식적으로 끝난 대규모 민방위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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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하는지 몰랐어요" 시민 참여 저조

대규모 민방위훈련이 열린 23일 오후 2시께 서울 명동거리에서 민방위 대원들의 대피소 안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외면한 채 지나가고 있다. (사진=정준영 기자)

대규모 민방위훈련이 열린 23일 오후 2시께 서울 명동거리에서 민방위 대원들의 대피소 안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외면한 채 지나가고 있다. (사진=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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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김민영 기자, 정준영 기자]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 동북아시아 정세가 어느 때 보다 불안한 상황에서 이뤄진 민방위훈련이 형식적인 훈련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 중 연 대규모 민방위훈련이었으나 시민들의 외면은 여전했다.

23일 오후 2시 정각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교차로. 민방위훈련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고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색 점멸등으로 바뀌었지만 차량들은 멈출 줄 모르고 교차로로 진입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교통경찰이 위험을 무릅쓰고 교차로 한복판으로 나가 운행을 통제한 뒤에야 운행을 멈췄다. 그럼에도 오토바이 2대와 교차로에서 우회전 하던 승용차는 아랑곳 않고 질주를 계속했다. 일부 버스기사들은 이때다 싶었는지 문을 열고 차에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길을 걷던 시민들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이렌이 울리면 보행을 멈추고 주변 대피소 등으로 피신해야 하지만, 모두 제 갈길 가기 바빴다. 현장에 있던 한 교통 경찰관은 “사이렌이 울리면 민방위훈련을 한다는 것은 다들 알지만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방위훈련이 열린 23일 오후 2시께 서울 서대문역교차로에서 신호등이 빨간색 점멸등으로 바뀌었음에도 차량들이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이관주 기자)

민방위훈련이 열린 23일 오후 2시께 서울 서대문역교차로에서 신호등이 빨간색 점멸등으로 바뀌었음에도 차량들이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이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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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서울 중구 명동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여느 때처럼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민방위 대원 박모(42)씨는 “우리가 여기서 대피 유도를 할 계획”이라며 “외국인들도 말 안 통하긴 하지만 손짓 발짓으로 대피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곧 사이렌이 울렸고 상가에서 틀던 음악도 잠시 꺼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몇몇 외국인들도 잠시 궁금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자리를 떴다. 민방위 대원들도 소극적이었다. 가만히 서서 민방위 깃발만 흔들고 대피소인 명동지하쇼핑센터로 가라는 손짓만 했다.
조모(21·여)씨는 “민방위훈련 하는지 몰랐다”며 “몇 분 동안 대피해야 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영등포구의 한 복합쇼핑몰도 싸이렌만 울릴 뿐 고객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훈련 사이렌 소리는 작았고, 안내요원들은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훈련 중에도 옷을 고르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골랐다.

여대생 강모(20)씨는 “민방위훈련 날인지 몰랐다”며 “대피소가 어딘지도 모른다”고 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던 안모(43)씨도 “훈련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피해야 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민방위 훈련은 북한의 장사정포, 미사일, 화생방 공습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서울시 전역에서 진행됐다. 운전자들은 5분 동안 도로 갓길에 차를 댄 뒤 시동을 끄고 라디오 방송을 청취해야 했다. 시민들은 공습경보 끝나는 오후 2시15분까지 이동할 수 없고 민방공대피소로 몸을 피해야 했다. 다만 고속도로(도시고속도로 포함), 철도, 지하철, 항공기, 선박, 병원 등은 정상 운영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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