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변호사간 수임 경쟁 심해지면서 일본 전철 밟을까 우려커져

일본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절반이 문을 닫으면서 로스쿨 제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보다 5년 늦은 2009년 도입된 우리나라의 로스쿨 제도는 괜찮을까?


일본 로스쿨의 위기…우리나라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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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로스쿨의 매력이 떨어졌다
31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로스쿨 설치 대학이 최대 74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39개 대학만 정상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15개 대학은 로스쿨 제도를 폐지했으며 20개 대학은 신입생 모집 중단을 결정했다.


이런 이유는 감소한 학생 수에서 찾을 수 있다.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2004년) 가장 많은 7만 3000여 명을 기록했던 로스쿨 지원자 수는 2015년 들어 1만 명을 밑돌고 있다. 올해도 전체 모집 정원 2566명 중에 실제 입학생은 1704명에 그쳤다.

지난 2002년 일본 정부는 경제의 세계화와 지적재산권 분야의 분쟁이 늘어나리라 예측하면서 연간 1200명 정도였던 사법시험 합격자를 3000명 정도로 늘렸다.


그러나 법조인 수요 예측이 빗나갔다. 2015년 일본 법원에 접수된 소송 사건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10년 전보다 40% 감소했다.


법학 미수자 3년제, 기수자 2년제로 운영되는 일본의 로스쿨을 졸업해도 사법시험 합격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최소 2년의 수학기간과 고액의 학비가 필요한 로스쿨에 매력은 떨어졌고, 로스쿨 지원 학생 수 감소로 이어졌다.


또한, 2011년에는 로스쿨에 다니지 않아도 사법시험을 볼 수 있는 '예비 시험' 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경제적 이유로 진학할 수 없는 학생을 배려한 제도로 로스쿨보다 더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 중 15%는 예비 시험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 韓 변호사들의 생존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이 법조인 수요 예측 실패하면서 로스쿨 제도의 위기를 맞았듯이 우리나라도 이미 변호사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문제가 시작됐다. 올해 폐지되는 사법시험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한 해에 1500명 이상 쏟아졌지만, 법률 시장은 불황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알려졌지만, 변호사 네 명 중 한 명은 한 달에 400만 원도 채 벌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의 연 매출액은 4800만원 미만이었다.


이에 변호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패소하면 수임료를 환불해주거나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무료 법률 상담을 해주며 수임 기회를 엿본다. 사건 수임을 위해 공짜 변론도 각오하고, 경력이 적은 변호사들은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법·비리를 넘보는 변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비위·비리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모두 206명이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70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수감자에게 반입금지 물품을 넣어주거나, 횡령·사기·폭행·주가 조작을 하는 등 범죄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변호사 배지/사진=연합뉴스

변호사 배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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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전문 자격사들 간의 갈등도 해마다 심화하고 있다. 변리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세무사, 공인중개사에 이어 행정사까지 변호사와 밥그릇을 놓고 다투고 있다.


지난해에는 행정자치부가 변호사 외에 행정사도 행정심판을 대리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행정사가 기존 행정심판 청구의 서류 작성과 제출에서 사건 대리까지 할 수 있도록 업무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행자부의 법 개정은 전관예우로 행정관료 퇴임자를 배 불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변호사 공급이 늘고 취업난이 심각해지자 로스쿨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같은 직종으로 나아갈 동료라는 의식이 사라지고 경쟁자라는 인식만 남으면서 신경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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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로스쿨 재학생은 로스쿨이 아니라 '로등학교(로스쿨+고등학교)'같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변호사들의 월평균 수임 건수는 1.69건에 불과한 수준으로 절반 이하는 월 1건도 채 수임하지 못하는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라며 "이대로는 청년 변호사들의 생활고와 취업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윤재길 기자 mufrook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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