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고 안먹고 안쓴다]리퍼브·B급상품은 잘팔린다…"새 것일 필요 없어요"
리퍼브 제품 인기…고가 가전 흠집 나면 파격할인
고객 변심 반품도 리퍼브行
유통기한 임박한 화장품·식품도 인기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직장인 민정아(32)씨는 최근 쇼파와 에어컨을 바꾸고 무선청소기 하나를 새로 장만했다. 가격 부담에 몇 주간 고민하다가, 지인으로부터 리퍼브 매장을 통한 구매를 추천받고 나서다. 누구의 손 때도 묻지 않은 새 제품을 사고싶던 민씨지만, 작은 흠집이나 반품 이력으로 몸값이 떨어진 물건을 고르다보니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도 들었다.
주부 김현애(36)씨는 대형마트에 가면 계산 전에 반드시 들르는 코너가 있다. 바로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재고가 많은 식품을 반값에 할인하는 '50%할인' 매대다. 어묵이나 소세지 같은 제품은 2주 이상 유통기한이 남아있는 것도 많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장바구니에 넣지 않았던 푸딩 같은 고급 디저트도 종종 등장한다. 이 매대만 잘 이용해도 아이들 반찬꺼리 한 두가지는 더 살 수 있다.
긴 불황으로 '리퍼브·B급 상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약간의 발품을 팔고 작은 흠결을 감수한다면 정상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다.
20일 G마켓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1일~7월18일) 리퍼브 관련 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TV 음향기기가 146%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모니터가 88%, 데스크탑이 54% 늘며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 PC부품(36%)이나 가전·침구(20%), 대형가전(15%), 중고명품(24%) 등도 잘팔렸다.
신한카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리퍼브 시장은 2013년 대비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신한카드에 등록된 80개의 리퍼브 매장을 기준으로 2013년 1월 2800만원 수준이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6월 2억5000만원에 달했고, 4년 만인 올해 1월에는 1억9500만원을 넘어섰다.
'리퍼브'는 '리퍼비시드 프로덕트(refurbished product)'의 줄임말이다. 제조나 유통, 전시, 반품 과정에서 흠집과 같은 작은 문제가 생긴 상품을 의미한다. 에어컨, TV, 냉장고 같은 대형가전부터 쇼파, 정수기, 청소기 등 가구·소형가전까지 다양하다. 원칙적으로는 성능이나 고유 기능에 아무 문제가 없는 제품만 아울렛이나 전문 리퍼브 매장에서 판매된다. 최근에는 한꺼번에 혼수를 마련해 가격 부담이 높은 신혼부부나 교체 수요가 많은 이사철 이사고객을 중심으로 다양한 마케팅과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도 온·오프라인 상에서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G마켓이나 쿠팡, 위메프, 11번가 등 유명 오픈마켓에서 검색창에 '유통기한 임박'을 입력하면 화장품, 음료, 라면, 소세지, 반려동물 사료 등 제품이 특가로 검색된다. 대부분 짧게는 1, 2주나 길게는 1년 가량 유통기한이 남아있는 제품이다. 물론 이제 막 제조된 제품과 비교하면 남은 기한이 절반도 안되는 물건들이다. 임박몰, 떠리몰, 이유몰 등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물건들을 모아 파격가에 판매하는 전문몰도 속속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들도 이제 반드시 새것만 고집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성능이나 맛, 건강, 위생에 문제가 없다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똑똑한 소비생활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리퍼브나 B급 제품의 경우 재고 처리의 성격이 있으므로 불가능 할 수 있는 교환이나 환불 여부를 체크하고, 물건 상태나 성능에는 하자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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