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값 오르나" 주세 인상 '꿈틀'…업체만 배불린 담뱃세 논란 재연 '우려'
조세재정연구원, 종가세→종량세 전환…도수 높은 술에 증세
"음주 폐해 심각, 주세 세수 최대 4배 올려야" 주장
제2 담뱃세 인상 논란 재연…제조사 배만 불리고 서민 부담만 늘어 '우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술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증세안이 제시되며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제2의 담뱃세 인상 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세(酒稅) 체계는 '종가세'(출고가격 기준) 또는 '종량세'(알코올 도수 기준)로 구성된다. 현재 한국 한국 주세는 가격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는 종가세. 이 때문에 출고가격이 저렴한 소주는 세금도 상대적으로 적게 붙는다.
하지만 소주 등의 가격이 너무 싼 탓에 소비자들이 음주량을 늘려 각종 음주사고를 유발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기 위해선 가격에 따른 과세가 아닌 알코올 도수에 따른 과세로 체계를 전환하고 세율도 현행보다 3~4배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세 과세체계 종량세율로 전환시 소주값 상승=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용역으로 진행한 '주세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조세연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기재부는 이 연구용역을 토대로 8월까지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편안에는 현행 종가세를 종량세 전환해 증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음주의 사회적 폐해가 큰데 세수는 적다는 이유에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EU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종량세 체계를 채택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성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음주의 사회적 비용이 연간 최소 10여조원 이상에 이르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주세 세수가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주세가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반영해 내생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교수는 "세수 중립적(세수의 변화가 없는 상태)인 주류 종량세로 개편은 절대 정책 목표를 충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면 소주 가격은 오르고 고급 위스키 가격은 내려간다는 이유에서다.
성 교수는 "국내에서 나오는 종량세 체계로 전환 주장은 고가주를 파는 수입업체, 제조·판매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라기보다는 저가주 중심의 종량세율 체계로 전환해 주세 부담액을 축소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종량세 전환 시 알코올 도수가 20도인 소주의 세금은 10.95% 늘어나고 40도인 위스키 세금은 72.44% 감소한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소득 하위 10%) 가구의 주세 부담은 6.9% 늘고 소득 10분위(소득 상위 10%)의 주세 부담은 3.9%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토론자리에는 기재부·국세청 관계자, 관련 학과 교수, 주류업계 관련자 등도 참석해 해당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강성태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은 "종량세율 체계로 개편할 경우 앞서 성 교수님이 설명했듯이 정책목적 달성 보다는 오히려 수입주류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며 "종량세율 체계 전환보다는 다른 정책적 대안 선택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강 회장은 "종량세율 전환 보다는 ▲중?소 규모 주류제조자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 확대와 시설규제 완화 ▲국산주류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해 과세표준 계산 ▲12개인 주류 관할부처의 통합 등 3가지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현재 정부는 저장·담금조의 용량이 75㎘ 이하인 소규모 맥주 사업자에게 생산량에 따라 20∼60% 세금 경감 혜택을 주고 있지만 75㎘ 기준이 너무 낮다는 목소리가 크다.
성 교수는 "OECD 주요국의 경우 시설기준이 120∼150㎘ 수준으로 환산된다"며 "우리나라 현행 시설기준을 이에 맞춰 1.6배에서 2배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출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종량세 개편 요구는 업계에도 있어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고민을 했었다. 올해는 공정위 등 관계부처와 TF팀을 운영했었는데, 종량세 전환이 국내 고급주류 생산을 촉진하고 세부담을 경감시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에 동감하지만 소주값을 인상하는 것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종량세로 바꾸면서도 소주의 세부담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 봤는데 위스키의 세부담이 70~80% 줄어 종량세 전환의 혜택을 누가 보는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며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낸 상황"이라며 "올해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담뱃세 인상 논란 재연 우려= 주세 증세안은 세금을 올려 음주운전 등 사회적 폐해를 막자는 취지이지만 '제2 담뱃세 인상' 논란이 우려된다.
담배소비자협회 등의 업계는 담뱃값 인상이 결국 제조업체만 배를 불리고 서민에게 부담만 지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흡연율을 고려할 때 담뱃세를 지금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과 담뱃세 인상이 서민들의 세금 부담만 늘리니 다시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4년 6월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에서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경우 소비량이 3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기획재정부는 담뱃값을 2015년 1월 인상했다. 인상 첫해 반출량은 31억7000만갑으로 13억 3000만갑 급감했지만 지난해 담배 반출량이 37억갑을 넘어섰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담뱃세가 인상된 2015년 국내 담배 판매량은 667억 개비로 전년 853억 개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729억 개비로 9.3% 증가했다.
담배세도 담뱃값이 오르기 직전 7조원에서 작년 12조4000억원 걷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당초 담뱃값이 인상에 따른 담배 소비량이 줄어들고 금연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것.
흡연자 권리보호를 주장하는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은 "담뱃세 인상이 흡연율에 미치는 효과는 일시적"이라며 "흡연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민층의 부담만 커진 셈"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담뱃값과 청소년 흡연 문제 등을 고려하면 담뱃세를 더 올려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측은 흡연으로 질병 발생자가 늘게 되면 그만큼 건강보험 등 사회적 지출도 급증하므로 세금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담뱃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담배 가격의 탄력성이 높아서 금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저소득층 형평 문제나 담배 가격 부담 문제는 동의하지만 정책 일관성도 중요한 문제"라며 가격 유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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