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새 정부가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맡아온 통상업무를 외교부로 이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등 대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더 이상 ‘공백기’를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탄핵정국, 장미대선, 조직개편 가능성까지 이어지며 주요 통상업무는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을 정도로 힘을 받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갈수록 우려되고 있다. 당초 발표한 공약을 뒤집을 정도로 현안의 심각성과 즉각적인 대응 필요성을 인지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처 이관이 이뤄지면 6개월 이상 업무인수 인계 등으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공백기가 또 생겨난다”며 “G2 통상리스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최근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와 관련한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 수입제한 검토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미 상무부 조사결과에 따라 수입제한 조치가 발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FTA 재협상 역시 연내 구체적인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신 새 정부는 산업부 내에 통상 및 무역을 전담하는 '통상교섭본부'(차관급)를 신설하기로 했다. 본부장은 대외적으로 `장관` 명칭을 사용한다. 통상조직의 이전보다는 통상조직 자체를 격상해 힘을 실어주는 게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통상기능의 외교부 이전을 검토한 것은, 그간 산업분야와 시너지가 크지 않았던데다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4년전 이전 당시 통상조직이 실(室) 단위로 축소되면서 장관급 통상교섭본부가 1급으로 낮춰진 게 가장 큰 문제였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또 외교부 내 경제·통상에 대한 관심이 적고 지난 4년간 공백으로 인해 당장 투입할 전문인력도 부족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결국 몇개월의 공백기가 불가피한 업무 이전보다는 현 상태에서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안을 선택한 셈이다.


산업부는 이 같은 결정에 환영하면서도 표정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소벤처기업부 신설로 3~4개국이 떨어져나가는 상황에서 통상기능까지 이전할 경우, 부처 영향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는 개개인의 승진기회 등과도 관련돼 있는 만큼, 해당부처의 관료들에게는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통상부문을 둘러싼 외교부와의 줄다리기가 부처 이기주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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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과장급 관계자는 "EU 개별국가들을 살펴보면 별도의 통상 관련 부처를 갖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보호무역 등 대응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조직을 뒤흔드는 개편보다는 현 상태에서 힘을 실어주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무관급 관계자 역시 "환영할만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선공약에 맞춰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전과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장 신설을 보고했던 외교부는 충격에 빠져든 모습이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대외통상업무와 연계해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며 "며칠 전부터 존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대로 된 것 같아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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